김동일(사진) 대한석탄공사 감사가 회사 안전문화가 거꾸로 돼 있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내놨다. 그것도 이사회에서 제기했는데, 그의 말은 석탄공사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 공기업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김 감사는 지난달 23일 개최된 석탄공사 이사회에서 "현장에는 안전 제일, 생산 제이라는 구호가 붙어있었지만, 실제로는 생산 제일, 안전 제이라는 우울한 느낌을 받았다"며 임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전직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지난해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감사는 현장 직원들과 '청렴대화'로 명명된 만남의 장을 갖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는 화순광업소를 찾았다.
김 감사는 이사회에서 "보급부대가 약하면 장기간의 전투는 불가능하게 마련인데, 운반레일 등 시설 노후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며 "항상 평가를 의식하다 보니 눈앞의 생산지표에만 급급하게 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감사는 "경영진은 먼저 시설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생산관련 평가지표가 적절하게 책정돼 있는지도 점검해 보기 바란다"며 쓴소리를 했다.
감사라는 직책이 내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직설적으로 안전문화실종을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감사가 제기한 문제는 모든 에너지 공기업에서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사는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정부의 석탄 감산정책 때문에 안전인력은 떠나고 있는데 안전문제는 뒷전"이라며 "석탄공사가 공공기관 평가 때 점수를 더 잘 받으려고 하는데 석탄을 팔아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다고 그러나.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요새도 탄광을 다녀보면 막장의 온도는 30도 가까이 되고 습도는 99%"라며 "그런데도 에어쿨링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사회에서) 강하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석탄공사를 포함해 에너지 공기업의 안전문화 문제는 심각하다. 석탄공사는 지난 2월 강원도 태백의 장성광업소에서 직원들이 반입금지 물품인 담배를 피우려다가 폭발사고가 일어났었다. 보령화력발전소 화재 사고도 좋은 사례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에너지 안전문화 확립과 절전 생활화를 꼽을 정도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에너지 시설 안전과 관련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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