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을 복기해 보자. 지난 연말에 이어 올 상반기에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증시는 순탄하게 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5월말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식, 채권, 실물(commodity) 할 것 없이 모든 자산시장이 석 달여 동안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9월에는 일정 수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이 뒤집혔다. 버냉키 의장이 경기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며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연기함으로써 시장은 반색했고,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미 정부 폐쇄(Shutdown)사태와 부채한도 상한의 잠정적 해결을 거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 S&P500 지수는 1,700선을 돌파하며 주가는 4년 만에 최고의 지수수준과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도 큰 변동성 없이 잘 버티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원달러환율은 과거 강한 지지선을 형성했던 1,050~1,060원 수준에 이르러 부담스럽고 외국인의 동향과 함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펀드가 일정 수준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지수는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이 펀드를 환매해야 할까 좀 더 보유해야 할까?
좀 다른 질문 같지만 투자를 시작하기 전 포트폴리오 설계 과정에서 '기대수익률과 손절률'을 정하고 투자에 나섰는지 다시 묻고 싶다. 얼핏 상관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질문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미리 기대수익률 등을 정한 투자자라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계획표'가 없다면, 아직까지 펀드를 해지할 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기초적인 투자 목표나 기대수익률, 손절율 등에 대한 설정 없이 그냥 더 많은 수익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 투자는 수익실현과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시점마다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이렇다 보니 고민만하다 기회를 놓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투자의 기본이 안 돼 있으면 수익도 순간적인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김현식 KB국민은행 GOLD&WISE 강남스타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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