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사진)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민노총을 연대 평등 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회장 최영기)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만찬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민노총 위원장이 과거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 노선에서 벗어나 온건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 배석한 민노총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투쟁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에게 좀 더 다가 갈 수 있는 민노총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였다”면서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 남발 등 투쟁 중심의 운동 노선을 걸어왔던 민노총의 위원장이 처음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그간 쟁의국 차원의 집회와 행사에 치우침으로써 내셔널센터(전국 단위 최상급 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하기보다 우선순위에 따른 사회적 의제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민노총의 예산과 역량이 집회 등 소모성 행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총파업 투쟁을 하기 위해 연중 몇 차례씩 열리는 대의원대회를 1년에 한 차례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했다고 하는데 이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복수노조를 허용하려면 산별교섭의 제도화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간담회에 배석했던 민노총의 한 관계자는 “그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거듭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투쟁 노선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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