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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에겐 사생활이 없다"
입력2006-07-24 06:00:14
수정
2006.07.24 06:00:14
"퍼블리즌이 세상 바꾸고 있다"<br>私的 영역없이 자란 세대와 기술 결합, "모든 것의 공개화"
사생활의 공개와 노출을 꺼리지 않는다. 도리어 "나를 봐주세요, 나를 클릭해주세요"라며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알리고 나선다.
워싱턴 포스트가 23일자에서 해부한 신종 인간 '퍼블리즌(Publizen)'의 특성이다.
네티즌(netizen)이 인터넷(internet)과 시민(citizen)을 합성한 신조어인 것처럼 퍼블리즌은 공개(publicity)와 시민(citizen)을 합성한 신조어다.
네티즌은 인터넷 사용자 모두를 가리키지만, 퍼블리즌은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생각을 알리고 전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퍼블리즌은 나이와 남녀 성에 구별이 없지만, 인터넷 사용 인구의 특성상 거의 젊은 세대에 해당한다. 한동안 주목받았던 X세대 가운데 외향성을 띤 사람들이다.
밤새 통음하며 노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가 퇴학당한 대학생, 지하철에서 다른 승객들에게 다 들리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가장 내밀한 사생활에 대해 수다를 떠는 여성들, 개인 사생활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모든 세상 사람들이 보라고 온라인에 올리는 사람들, TV의 리얼러티 쇼 출연을 위해 줄서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
"알려지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퍼블리즌 현상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들은 사적인 자유, 사적인 비밀, 사적인 생활 등을 의미하는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모르는 것인가.
문화인류학자 데이너 보이드 교수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있다고 보는 것은 구세대의 가정에 불과한 것이다.
부모가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은 곳에선, 학교 선생님, 코치, 심리 치료등 온갖 치료사 등이 언제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아들 세대는 아무 할 일없이 노는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채 학교생활과 방과 후 활동과 학습 등을 통해 항상 꽉 짜여진 일정 속에서 누군가의 감시와 감독 속에서 자라왔다.
신문은 전형적인 남녀 퍼블리즌의 공개 취미 사례들을 소개하고, 최근 미국에서국가안보국(NSA)이 비밀도청을 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오지 않은 이유를 퍼블리즌의 등장과 관련해 설명하기도 했다.
즉 사람들은 쇼핑 행태 등 모든 움직임을 기업들에 의해 추적당하는 데 체념한 상태이고, 정부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게 테러와의 전쟁을 돕는 길이라고 설득하는 가운데, 퍼블리즌이 점점 늘어나면서 모두들 도청에 무관심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
퍼블리즌은 자신이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휴대폰 통화의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의 개인비밀 악용 문제를 이들 사이에서 정치 쟁점화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른바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를 우려하는 견해이지만, 그러나 '프라이버시'란 원래 오랜 인류 역사상 요 근래 생긴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인간은 원래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속속들이 다 알고 살다가 현대에 와서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생겼지만, 기술 발전 덕분에 서로 뭘하는지 다 아는 지구'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사실 대부분의 생활은 감시할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빅 브라더'는 일종의 과대망상이나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어쨌든 모두가 유명하고 모두가 공인이 되고 싶어하는 퍼블리즌 인구가 늘어날수록 소송변호사가 공인과 비공인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고, 리얼러티 쇼를 시청하는 사람보다 출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며, 안젤리나 졸리 등 헐리우드 스타보다 유명한 퍼블리즌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퍼블리즌으로 인한다양한 변화의 일단을 보여줬다.
그러나 마침내는 "공개적인 게 아니면 존재하는 게 아닌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에 자리잡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철학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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