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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진정한 기능강국 되려면


한국은 지난 7일 폐막된 42회 독일 라이프치히 기능올림픽에서 기능올림픽의 역사를 바꾸는 대위업을 이룩했다. 67개 기능올림픽 회원국 중 53개국에서 1,007명의 선수가 참가해 4일간 열띤 경합을 벌였다. 한국은 46개 개최 직종 중 37개 직종에 41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 12개, 메달 포인트 89점, 참가 선수 평균 점수 531.03점 등 조직위원회에서 공식 평가하는 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제39회 일본 시즈오카대회부터 4연패 위업 달성과 통산 18번의 종합 우승을 이룩했다. 또한 기능올림픽 최고 영예인 최우수선수(MVP)도 철골구조물 직종에 출전한 원현우 선수가 차지해 기능한국의 위상은 한층 빛났다.

기능올림픽 이벤트행사로 취급안돼

회원국들의 기술교육 발전과 실력 평준화 속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는 순간의 방심과 실수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박빙의 경합에 지켜보는 지도자를 더욱 애타게 했다. 한국의 종합 우승은 전통적 기능선진국인 일본ㆍ스위스ㆍ대만을 비롯한 유럽의 거센 도전과 2015년 세계대회를 유치한 브라질까지 가세한 집중 견제를 물리치고 거둔 쾌거이며 값진 국위선양이다. 실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만연한 기능 경시 풍조 속에서 언론조차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비인기 분야의 설움을 딛고 당당하게 세계를 제패해 창조경제의 동력인 뿌리산업과 제조업 발전의 희망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이 저력이 제조업을 이끌 우리의 성장동력이다.

이번 종합 우승은 우리의 직업교육 시스템의 본질에서 비롯된 현상은 결코 아니며 참여 기업과 지도자의 헌신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종합 우승의 쾌거를 단지 훈장과 상금을 줘서 격려하는 이벤트성 행사로 끝내서는 안 된다. 바라는 것은 이번 우승을 계기로 직업교육의 본질 회복과 기능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의 전문성과 영속성을 유지 계승할 수 있는 재건축 수준의 개혁에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18번 세계 제패를 하면서도 한국은 기능올림픽의 보편적 이상을 실현할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매번 국제대회 때마다 기업에 크게 의존해야만 하는, 오직 직면한 대회만을 위한 시스템을 지속해온 것이다. 내면의 실상은 더 초라하다. 새로운 직종 개발 제안은 엄두도 못 내며 국제대회를 리드할 글로벌 전문가도 배출하지 못하는 속 빈 강정의 기능강국이다. 무턱대고 기능인을 숙련기술인으로 부르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추상적이고 혼란을 주는 칭호다. 이것은 본질보다는 현상만 바꾼 보여주기식 제도의 표본이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숙련기술자가 된 것이 아니다. 다만 재능이 뛰어나 숙련기술인으로 키워야 할 재목일 뿐이다.

전문가 우대 능력중심사회 만들어야

국회의원과 비서관의 기능올림픽 참관을 놓고 '선심성 외유'라는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들이 결코 여론에 떳떳할 수 없다면 국민 혈세의 낭비일 것이다. 많은 관련 부처 관계자의 이벤트성 행사 참관도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능올림픽 리더로 조직위원회를 돕고 선수단의 서포터가 될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가의 참여는 일거양득의 국위선양이다. 주변 챙기기의 모럴해저드 정책에 가린 전문가 홀대는 기능올림픽의 전문성과 정체성 실종에서 비롯된 잠재된 편견이다. 제도의 모순과 만연된 기능 경시 풍조 속에서 18번의 세계 제패는 기적 같은 일이다. 기적만으로는 제조업 강국과 기능선진국이 될 수 없다. 기능올림픽의 쾌거가 직업교육의 '본질'의 '현상'에서 표출될 수 있는 제도 구축과 정착이 능력 중심 사회 실현의 초석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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