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도 거대 시장인 중국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독일 정상이 이달과 내년 초 연이어 중국 방문에 나선다. 가장 먼저 중국에 도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천연자원과 투자·사회복지 등과 관련한 12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프랑스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 확대 등 경제 관련 안건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최대 항공우주 회사인 에어버스를 비롯해 BNP파리바, 슈나이더, 열차 제조사 알스톰 등 자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방중해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르면 내년 1월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 전 총리의 중국 방문 이후 끊겼던 정상외교를 8년 만에 재개하는 셈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내년 1~2월께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힘겨운 관세 협상을 일단락 지은 유럽이 다음 차례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2기 들어 미중 무역전쟁을 거치며 중국을 끌어안아야 할 이유가 많아졌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인해 유럽에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무역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의 활용 가치가 높아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유럽에 유리한 구도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가 필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 로이터는 “유럽은 중국과 경쟁하며 동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국 역시 유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차별성을 두면서 다자주의 리더 자리를 자처하는 시 주석은 이날도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하며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발표하며 친(親)이스라엘인 미국을 겨냥했다. 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대만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자국편에 설 것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다만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은 중국과 유럽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올 7월과 9월 EU산 브랜디(최대 34.9%), 돼지고기 및 부산물(〃62.4%)에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로이터는 “첨예한 이슈가 남아 있어 무역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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