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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영웅전] 이미 때가 늦었다
입력2004-04-12 00:00:00
수정
2004.04.12 00:00:00
앞에서 칭하오가 칼을 뽑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대마를 잡으러 가지 않 아도 이길 수 있다고 낙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형세판단은 완벽하지 못했다.
흑 29는 끝내기의 맥점. 이것으로 흑이 덤을 내고도 반집이나 1집반쯤 이긴다는 것이 한국 검토진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 수가 놓였을 때까지만해도 창하오는 자기가 이긴다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중앙에 최소한 10집이상의 집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그러나 흑이 47까지 쳐들어오자 칭하오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물러서면 분란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하게 질 것이다. 칭하오는 비로소 칼을 뽑았다. 48로 추궁하고 56으로 끊는 초강경 노선. 그는 이것으로 흑 2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훈현은 속으로 흐흐 웃고 있었다.
"참 순진한 친구야. 제발 좀 그렇게 끊어 달라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내맘 을 어쩜 그리 잘 알고 정말 끊어 주데. 하하."
흑 59가 놓이자 칭하오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참고도의 백1로 이으면 흑 2 이하 6으로 백 2점이 잡힌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그러나 이미 때가늦어 있었다. 백 60으로 보강했지만 흑61로 좌변이 무너져서는 모든 것이끝나 버렸다. (32…27의 왼쪽. 37, 51…34의 오른쪽, 40, 54…34)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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