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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7월 16일] 고위층의 행복 공식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국 국회청문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늘 그랬듯이 불투명한 돈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돈과 관련된 의혹이 한두가지만 불거져도 그동안의 업적이나 능력 등은 아예 관심의 대상이 안 될 정도로 위력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일단 돈 문제가 얽히게 되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인간적으로 매도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로서의 요구되는 기준이나 자질 중에서 부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와 정서가 형성된 데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때의 권력실세들이 뇌물이나 특혜 등 돈과 관련된 비리와 탈법으로 처벌을 받고 적지 않은 유능한 인사들이 고위 공직자 또는 사회지도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로 벌어진다. 엄격해지는 공직자 윤리기준
그 이유는 누구든 물질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풍토에서 돈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모든 가치가 화폐로 측정되고 계량화되는 물질만능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이 좋은 것이고 비싼 것일수록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만족과 행복을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대한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는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부유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 또는 행복감 사이에 어느 정도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적어도 국가단위에서는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나 소득이 높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분석의 범위를 지구적으로 넓히면 부와 행복 간의 관계가 헝클어진다는 사실이다. 가령 각국의 소득수준을 가로축에 놓고 삶에 대한 만족도를 세로축에 잡아 상계관계를 분석해보면 소득이 높은 나라 사람들의 만족도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도보다 반드시 높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터린(R. A. Easterin)의 역설로 불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학자나 기관들이 연구를 거듭해봤으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서도 소득이 높은 국가의 국민이 상대적으로 못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에서 오히려 뒤지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돼 이스터린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국가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끔 신문에 최빈국 방글라데시나 동남아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몇배나 잘사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 국민들보다 오히려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스터린 역설'에 담긴 지혜
이런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가진 것이 적어도 행복한 삶이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수나 붓다 같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행복이 물질이나 돈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복은 돈을 살 수 없잖아요’라든가 비틀즈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의 공식을 가진 것을 분자로, 욕구를 분모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분자를 키우기 어렵다면 분모인 욕심을 줄이면 행복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지혜에는 아랑곳없이 기꺼이 맘몬(物神)의 광신도로 살기를 선택한다. 기회가 되면 재산을 늘리고 더 비싼 것을 가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통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은 그 사람의 그림자와 같다. 축적과정이 투명하다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고 행복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이나 명예가 목표이자 가치라면 아무래도 지도자의 행복공식은 보통사람과 달라야 할 것 같다. 가진 것이 적어도 만족할 줄 아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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