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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글로벌 허브 경쟁] <2> 아시아의 금융센터 싱가포르

동서양 자본 만나는 투자자 천국 … 위안화 역외 거점 거듭난다

정부 투명성 세계 최고 세율 낮고 인프라 탄탄 600여개 금융기관 몰려

국제 금융 경쟁력 지수 홍콩과 격차 날로 축소

싱가포르강 하구를 따라 우뚝 솟아 있는 금융가의 고층 빌딩들이 동남아 최대이자 세계 4위 금융허브로서의 싱가포르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싱가포르=이종혁기자



싱가포르 금융가 남쪽 끝에 자리잡은 마리나베이파이낸셜센터. 저녁 시간이 되자 각양각색의 피부색을 가진 금융업체 직원 수백명이 물 밀듯 쏟아져 나온다. 퇴근 후 어울려 맥주와 식사를 즐기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는 자리다. 이들의 머리 위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트레이드마크가 빛난다. 지난 2012년 완공된 싱가포르의 네 번째 국제금융센터(IFC)인 이곳에는 스탠다드차타드를 비롯해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바클레이스, 웰링턴자산운용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사들과 다국적 기업 사무실이 들어차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도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어보인다.

◇아시아 넘어 글로벌 허브로=지난해 말 마리나베이파이낸셜센터에서 만난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법인의 그레그 오 동남아지역 헤드는 "중국 위안화가 급부상하면서 싱가포르는 홍콩은 물론 상하이와도 경쟁해야 하지만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홍콩과 상하이가 '중국 정부'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인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 덕분에 탄탄한 위상을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경제의 급성장이라는 순풍을 타고 아시아에 국한된 지역 허브에서 글로벌 허브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3대 오일허브이자 물동량 2위를 자랑하는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중계무역항이라는 이점을 토대로 차별화된 위안화 역외거점으로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기관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응남신 이사는 "중국 본토에 면한 홍콩과의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염려도 있지만 위안화 역외거점이 한 곳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싱가포르도 한 거점으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위안화의 폭넓은 국제화를 위해서는 물동량의 90% 이상이 중국과 관계된 홍콩 말고도 세계 각지와 연결된 관문인 싱가포르에 역외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싱가포르는 이미 역외 달러의 아시아 최대 허브인 아시아달러시장(ADM)을 성공적으로 길러낸 바 있으며 역외 위안화 예금규모에서도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중국공상은행이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청산업무를 시작한 이래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규모는 25억위안에 이른다.

쾌적한 생활환경과 낮은 세율을 노리고 중국·동남아 부호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몰려들면서 자산운용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에미르 흐른직 교수는 "싱가포르 금융의 미래는 자산운용시장에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 투자자들의 가장 안전한 금고이자 투자 천국인 싱가포르는 스위스를 대체해 세계 최고의 자산운용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현재 1조2,900억달러 수준인 싱가포르의 운용자산 규모가 오는 2015년 스위스(3조달러)를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프라에 국가역량 집중=금융서비스는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12.25%(2012년)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핵심 산업이다. 지난해 말 현재 싱가포르에서 영업하는 은행 123곳 중 외국계 법인·지점은 117개. 싱가포르강 하구를 중심으로 한 래플즈키·로빈슨로드 등의 거리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600여개 금융기관이 성업하는 세계적인 금융가다. 싱가포르는 세계경제포럼(WEF) 등 각종 기관들이 선정한, 런던·뉴욕·홍콩에 이은 부동의 세계 4대 허브다.

서울의 1.2배 크기에 인구는 절반에 불과한 이 도시국가가 거둔 금융산업의 성공은 물조차 자급할 수 없는 적도의 불모지라는 현실에 맞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국가역량을 집중한 결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의 수준 높은 인프라는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이 한국 금융의 선진화 모델로 싱가포르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어 공용화 정책에 힘입어 영어 구사 인구가 80%에 육박하면서도 중국어권 인구가 70%를 넘는 점은 싱가포르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윤희로 KOTRA 싱가포르무역관장은 "싱가포르인 대다수는 중국 본토와 혈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동서양의 중계지인 동시에 중국의 또 다른 관문이기도 한 것이 싱가포르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주재하는 한 한국 공무원은 "홍콩은 본토 출신 인구의 유입이 늘면서 영어 사용 인구가 줄고 있다"며 "생활의 쾌적함이나 영어 사용의 측면에서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낫다"고 귀띔했다.

◇협소한 국내 시장, 검은돈 유입 해결해야=다만 싱가포르는 뉴욕이나 런던·홍콩 등 다른 금융허브와 달리 배후 경제권의 크기가 협소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싱가포르거래소(SGX)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2012년 말 기준 7,650억달러로 홍콩증권거래소(2조8,300억달러)는커녕 한국거래소에도 미치지 못한다. 총 금융자산도 홍콩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흐른직 교수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허브이기 전에 동남아 지역 허브"라며 "이 지역 경제가 2020년 34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싱가포르 금융시장은 앞으로 급속히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국제 부호들의 자금유입이 늘면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고객 비밀 보호주의 논란이다. 국제사회가 불법자금이나 탈세를 노린 돈의 조세회피처 유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싱가포르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고객 보호주의 포기는 자산운용업 등에 적잖은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미얀마 군부의 비자금 정보를 요구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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