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실현을 책임진 김종덕(58·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생각은 확고하다. 문화융성은 문화산업의 진흥을 통해 이뤄야 한다. 문화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개방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안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불가결한 요소다. 이런 논리다. 김 장관은 "우리에게는 능력이 있다"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이의 토대를 놓는 일이라는 것이다. 문화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내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라며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본격화하고 국가 브랜드 사업에서도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장관 취임 1년반이 지난 김 장관을 최근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상호교류가 늘겠지만 문화계에서는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 자본이 우리 시장을 장악하고 인력을 빼앗아가지 않나 하는 겁니다.
△역으로 우리가 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겁내지 말아야 해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는데 고대로마가 길을 닦을 때 침공당할 것을 생각했으면 그런 길을 많이 못 만들었을 겁니다. 뻗어나갈 것을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졌던 겁니다. 우리가 길을 열어야 중국도 그럴 것입니다. 문화는 한 방향으로만 갈 수가 없어요. 열어주는 만큼 저쪽도 문을 엽니다. 조금만 멀리 봤으면 해요. 중국을 우리 시장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먼저 열어야 합니다. 사실 중국이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중국 시장을 장악할까봐서요. 그렇게 인식하도록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 인력이나 자본의 중국 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시장을 연다는 것은…. 우리 문화 콘텐츠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뿐 아니라 서로 섞여야 합니다. 서로 섞여야 우리 시장이 됩니다. 저쪽과 공동제작을 하고 인력교류를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우리 인력과 배우들이 중국 자본으로 중국에서 촬영해야겠죠.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한민족이 가진 문화감각을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겁니다. 금방 따라올 정도면 지금까지 왜 안 됐겠습니까.
-저작권 등 중국 시스템의 미비로 우리 기업의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교류가 늘어나면 당연히 저작권 문제가 중요해질 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중국 영화관에서는 표가 얼마나 팔렸는지 모릅니다. 과거에 우리도 그랬죠. 지금은 우리가 전산화됐는데 저쪽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될 겁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관객들이 '왜 이런 식으로 표를 파느냐'고 항의하지 않을까요.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시스템이 짜일 겁니다. 어차피 변할 텐데, 중국은 아주 짧은 시간에 변할 겁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두 번째 시설인 문화창조벤처단지가 곧 문을 엽니다.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입주기업들의 평균 연령이 35세인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제가 대학 때 가르치던 것이 융복합 콘텐츠였어요. 그런 것들은 이미 시장에서 활성화돼 있지요. 오히려 학교나 정부에서 자기 영역을 지키며 문을 닫아걸고 있죠. 합해놓으면 자기 일이 없어지거나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현상유지만 원합니다. 영역을 합해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그러나 시장은 이미 그렇게 돼 있습니다. 관광과 정보기술(IT)·공연 등이 융복합돼 진행되고 있어요. 시장은 이미 존재하는데 지원책이 오히려 정부에서 없었습니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이를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추진될 일산(K컬처밸리), 대한항공 송현동부지(K익스피리언스), K팝 아레나 등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이 될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1위가 문화 관련 콘텐츠입니다. 원하는 것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내년 말이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올 겁니다.
-해외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재외 한국문화원을 강화한다는데 어떤 방향인가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입니다. 예산도 대폭 늘렸고요. 재외문화원들은 이제까지 B2C를 주로 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 대상이었습니다. 이제는 B2B 쪽입니다. 예컨대 한류를 현지 사업자들에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겁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 분야의 KOTRA가 될 겁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만큼 국가 브랜드 사업에도 중요성을 두고 계신데요. 언제쯤 결과를 볼 수 있을까요.
△올해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공모전 위주였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결과들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면 캠페인이 나갈 겁니다. 국민들이 만들어주고 뜻을 모아준 것들이 실제로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문화동질성을 회복하는 차원입니다. 우리 내부의 세대·지역·계층 간 갈등을 문화로 통합하려 합니다. 계층별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르고 세대별로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이런 것을 묶어주는 것은 문화밖에 없습니다. 문화로 이런 갈등을 해소해보자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정부상징 체계를 개발해 국가기관에 공통으로 활용하려 하시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정부 부처가 바뀔 때마다 정부상징을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부처 이름만 바꿔도 매번 명함을 비롯한 모든 공문서를 교체해야 합니다. 낭비되는 예산이 장난이 아닙니다. 맨날 바뀌는데 무슨 권위를 갖겠습니까. 정부상징만도 수십개죠. 부처마다 따로인 것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겁니다. 통합하고 정리해 통일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내년에 곧바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원래 올해 발표하고 내년에 문체부에 먼저 적용하려 했는데 조금 연기됐습니다.
-문체부의 대표 브랜드로 '문화가 있는 날'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이는데요.
△문화가 있는 날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돼갑니다. 국민의 반 이상이 알고 있고 만족도도 80%가 넘는다고 조사됐는데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을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먹고 살기도 힘든데…"라는 대답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가 부족합니다. 문화 수준이 높아져야 경제도 커질 수 있습니다. 문화가 바로 경제, 즉 문화를 경제로 연결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많이 알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직장인들의 참여기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관광 분야가 특히 타격을 입었는데요.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이 올해는 1,320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2014년은 1,420만명). 지난 5월 메르스 사태의 여파죠. 다만 6~9월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증가율은 8%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신속히 회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년도 유치목표는 1,650만명입니다. '2016~2018 한국방문의 해' 홍보와 'K스마일' 같은 친절 캠페인과 함께 특색있는 지방관광 콘텐츠 개발·확산에 노력할 겁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과 함께 국민들이 동계올림픽과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붐을 조성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한 스포츠대회가 아닌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할 문화관광올림픽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리=최수문기자 chsm@sed.co.kr
대담=이병관 문화레저부장 yhlee@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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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키·게임 등 한번 빠지면 집중… 성취의지 가득한 정중동 행보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