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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 여파, 보험 연체ㆍ해약 급증
입력2003-06-08 00:00:00
수정
2003.06.08 00:00:00
박태준 기자
장기보험을 해약하거나 연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매월 내는 보험료가 버거워 연체를 하거나 아예 보험계약을 깨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은 은행상품과는 달리 중도에 해약하면 그때까지 납입한 원금을 대부분 건질 수 없는데도 이처럼 해약이 늘고 있다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가계의 어려움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국내 12개 주요 생보사의 2002회계연도 4ㆍ4분기(2003년1~3월) 3개월간의 실효 또는 해약된 보험계약건수는 187만8,046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149만9,162건에 비해 25% 가량 늘었다. 보험계약의 실효란 보험료를 2번 이상 못내 계약은 살아 있지만 보험금 청구사유가 되는 사고를 당하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해약은 환급금을 받고 아예 계약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개인소득 감소로 보험까지 해약=지난 98년 IMF 한파가 몰아쳤을 때 국내 생보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다. 기업체들의 줄도산과 구조조정 여파로 가계 소득이 줄면서 보험 해약 사태가 일어나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환급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98년 4월부터 9월까지 국내 생보사들의 실효해약률(연초 보유계약과 당해 년도 신규계약중 실효 또는 해약된 계약비율)은 20.5%를 기록했다. 일부 생보사는 실효해약률이 30%까지 육박했고 결국 경영정상화의 길을 찾지 못해 이후 다른 생보사에 흡수됐다.
이 같은 실효ㆍ해약이 장기 불황 여파로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실효해약률은 13.6%로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낮지만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생명보험회사들의 실효ㆍ해약건수는 월평균 50만건 안팎에 그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11월 54만8,139건으로 늘어난 뒤 12월에는 61만4,000여건으로 60만건을 넘었다. 올들어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져 지난 3월에는 66만여건이 실효ㆍ해약됐다. 한 생보사의 마케팅부장은 “카드빚 등에 시달리고 있는 개인들에게 보험계약 유지는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며 “보험료 연체나 계약을 깨는 개인 고객들의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보험 신규 계약은 크게 줄어=개인들의 보험가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 1~3월중 12개 생보사의 신계약은 324만1,65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12만2,167건에 비해 소폭 늘긴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입자수는 줄고 있다. 지난 1월 136만6,000여건이던 신계약건수가 3월에는 89만7,000여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해약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신규 영업의 부진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급격한 실적 하락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생명 마케팅파트 관계자는 “경기하락으로 영업이 안되면 모집인들의 소득도 떨어져 활동이 위축되는데 이것은 또 계약관리 소홀과 신규영업 부진으로 이어진다”며 “최근의 이런 악순환이 시작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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