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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와 산문으로 그린 ‘세월’

황주리 개인전 24일부터 아트사이드서

작가 황주리

‘자화상, 내이름은 베티’.

“시간은 아무리 죽여도 자꾸만 되살아났다. 그때처럼 삶의 여백이 많았던 시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화가 황주리씨가 ‘세월’이라는 주제로 책 출간과 함께 개인전을 갖는다. 개인전은 25번째로 인사동 아트사이드 전관에서 24일부터 9월12일까지 갖고, 책은 이레 출판사를 통해 ‘날씨가 너무 좋아요’ 이후 4년만에 세번째 산문집이다. 80년대 뉴페인팅의 기수로 주목 받았던 황씨는 “마흔살이 되면서 나는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육십이 되어서도 작가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한한 삶 앞에서 쓸쓸하지만 자신의 일에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을 것을 생각하면서 전시회와 책을 냈다”고 말한다. 타이틀 ‘세월’이 시사하듯 오랜 작가 생활에 대한 중간점검과도 같다. 전시는 작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흑백 그림들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의 최초의 흑백그림인 1980년 작 ‘데드마스크’와 원고지 위에 그린 86년작 ‘가면무도회’를 다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단색조 작품들 중 자신의 애견중 하나인 불독 ‘베티’를 의인화하여 그려낸 자화상 30여점은 압권이다. 황주리 특유의 유머와 해학이 더욱 두드러진다.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사랑의 도취를 만끽하며, 단독으로 출연하는 ‘베티’는 꼬냑에 취해있는가 하면, 사랑을 기다리기도 하고, 음악을 향유한다. 이번 전시에는 또한 돌들에 채색한 ‘돌에 관한 명상’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다. 무한한 돌의 시간에다 유한한 생명을 지닌 사람의 시간을 새겨 넣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시간과 생명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다. “강가의 둥글게 닳아진 조약돌이 몇 살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 영원한 시간 위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의 풍경을 그려넣었다”는 황씨는 도시를 걸어다니거나 먼데로 여행을 즐긴다. 한편 산문집 ‘세월’은 지나간 시절들에 대한 애틋한 반추, 그 기억의 편린들에 숨어 있는 물빛, 땅빛, 하늘빛 사연들이 70여점의 그림들과 어우러져 따뜻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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