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독일 쉰들러홀딩스(지분율 35.25%)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파생금융계약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쉰들러 측이 승소할 경우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중심에 있는 현대상선 경영권이 위협 받을 가능성도 있어 현대그룹 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쉰들러홀딩스는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현대상선 보통주와 현대증권 우선주 관련 파생금융계약의 만기연장이나 신규 계약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파생금융계약으로 그룹 경영권을 방어했던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계약 연장을 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상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동안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경우 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넥스젠캐피탈과 주식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후 케이프포춘ㆍNH농협증권ㆍ대신증권 등 FI들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파생계약 조건은 분기마다 연 6~7%대 이자를 지급하고 계약 만기일 현대상선 주가가 최초 매입가보다 낮으면 손실액 전액을 보상해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24.2%만 보유하면서 FI가 보유한 지분 17%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현대상선 주가 약세로 파생계약 관련 평가손실이 크게 불어났고 2대 주주인 쉰들러 측이 파생계약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대주주 현대로지스틱스와 특수관계인, 우리사주조합 등의 지분까지 52.8%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쉰들러 측이 문제 삼는 것이 파생계약에 국한되는 것인 만큼 현대엘리베이터보다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쉰들러가 승소할 경우 파생상품 계약이 불가능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와 우호주주 간 관계가 약화되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도 순차적으로 줄어든다"며 "장기적으로 현대상선이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오는 12월28일 NH농협증권과 맺은 현대상선 주식 187만1,402주에 대한 파생계약 만기가 돌아온다. 또 내년 1월부터 2015년까지 대신증권ㆍNH농협증권 등과 맺은 파생계약이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게 된다. 특히 쉰들러 측이 주요 FI들에 계약연장 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FI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당장 현대엘리베이터가 FI들로부터 우호지분을 사들이더라도 1,5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으로는 11~12일 진행되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범현대가가 참여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강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가 신주 청약에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분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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