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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바마, 일본에 잘못된 신호 주지 말아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순방을 둘러싼 한일 외교전이 뜨겁다. 일본은 2박3일의 국빈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속내가 뻔하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종군위안부 부인, 중일전쟁 재발 가능성 언급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점수를 잃은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정부의 이미지를 만회할 기회로 삼자는 것 아닌가.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는 일본이 미국의 진짜 친구이자 동맹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거나 오바마의 방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쌀·쇠고기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5대 민감품목 개방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대미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한국이 독도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교과서 지침과 엉터리 동영상으로 그릇된 교육·홍보를 하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의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종군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일본해·동해 병기(倂記) 움직임을 저지하려고 낯뜨거운 로비와 압력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오바마의 순방국에서 빠진다면 미국이 일본 손을 들어줬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자위대가 남수단에 파병된 한국 한빛부대에 실탄 1만발을 지원한 것을 '집단적 자위권' 홍보에 활용한 일본이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아베 집권 이후 동북아는 중일전쟁 재발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관계도 꼬여만 간다. 중국의 팽창정책과 해양대국화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나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군사대국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미국의 외교는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에서 오바마의 행보는 상당한 정치외교적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거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과의 동맹에 기초한 동북아 전략은 토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아베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과 독불장군식 행보는 미국의 안보에도 적이다. 한국인들이 혈맹 미국의 잘못된 선택에 실망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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