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씨가 처음 방문했던 A병원은 폐결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흉부CT를 찍지 않았고, 다발성 골전이 소견이 관찰된 복부CT에서도 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져야 했다.
이미 한 차례 직장암이라는 불청객을 맞이했던 박모(당시 52)씨는 지속적으로 외래진료를 보던 B 병원에서 2009년 7월과 10월 복부와 골반에 대해 CT검사를 받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그는 방광은 물론 척추에까지 암이 모두 퍼져있어 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병원이 암세포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PET 검사에서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을 관찰했지만,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탓이었다. 심지어 2009년에 찍은 복부 CT에서 왼쪽 아랫배 쪽 병변이 커지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의사는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결국 그 해 3월 말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 성인 3명 가운데 1명이 걸린다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여 암 검진을 받아도 병원 측이 추가검사를 소홀히 하거나 판독을 잘못해 피검진자가 암을 제 때 치료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은 '암 오진 관련 피해예방 주의보'를 발령하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접수된 소비자피해구제 사례 161건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진으로 치료시기를 놓친 사례는 폐암이 30건 (18.6%)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유방암 (27건,16.8%)ㆍ위암 (21건, 13.1%)ㆍ자궁난소암 (21건,13.1%), 간암 (14건, 8.7%) 순이었다. 대장암과 갑상선암, 췌담도암도 사례가 많지는 않았지만 오진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발병률이 높은 갑상선암과 위암보다 폐암이 오진 사례가 높은 이유에 대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폐암의 발생부위가 작을 경우 엑스레이 등의 단순 가슴 촬영으로 진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CT 등의 정밀검사 시 나타나는 폐암 진단 화면이 결핵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도 오진률이 높아지는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볼 때 대학병원이 암 진단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관별 오진 사례는 대학병원이 54건(33.5%), 의원 38건(23.6%), 종합병원 33건(20.5%), 병원 22건(13.7%), 건강관리협회 등 14건(8.7)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오진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우선 확진을 위해 필요한 추가 검사를 소홀히 한다(54건)는 점이 꼽혔다. 영상자료나 조직에 대한 판독이 잘못된 경우는 50건, 설명이 미흡한 사례는 18건에 달했다. 의사나 병원에 책임이 없는 경우는 39건에 그쳤다.
특히 방사선이나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후 화질이 좋지 않아 판독이 어렵거나 이상소견이 있어 감별진단을 해야 하는데도 정상으로 판독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암 관련 오진 피해를 막으려면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되, 병력이나 증상을 의료진에 자세히 전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병원 진찰을 받고 검사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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