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차 양적 완화(QE3) 발표 이후 매수세를 유지하며 국내 증시를 지탱해 왔던 외국인이 최근 매도로 방향을 바꾸고 그 강도도 더욱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파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유동성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은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부터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차익매물을 쏟아내며 2,89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전날 2,004억원을 포함 이틀 동안 약 5,000억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또 시간외 대량 매매를 제외한다면 7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 매도 규모는 지난 9일까지만 해도 1,000억원 미만 또는 소폭의 순매수를 보였지만 11일 이후에는 매도 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렸다.
이러한 외국인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 13일 미국 QE3 정책 발표 이후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외국인은 지난 달 13일 이후 이달 2일까지 13거래일간 무려 2조6,587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떠받쳤다.
파는 종목도 전기전자(IT)와 철강, 화학 등 거의 전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최근 2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LG상사, 포스코, SK하이닉스, 한국타이어, 기아자동차, OCI 등을 팔며 매도 상위 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동안 버팀목이 돼 주었던 외국인의 이탈로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1,990선에서 맴돌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이후 45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1,930선으로 후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러한 태도 돌변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QE3 이후 다소 숨 고르기에 나섰을 뿐 본격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소 사그라지고 있고 또 각국이 완화된 통화정책을 내놓으며 유동성 장 세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들이 미국 QE3 정책 발표 약발이 다소 떨어지자 차익 실현 등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매도 추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9월에만 3조4,000억 원 가량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에도 여전히 순매수를 기록 중이고 또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연이어 완화된 통화정책을 내놓으며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곧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속되고 있는 원화 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이 무차별 매도로 돌아서기 어려운 요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최근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선진국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 QE3 정책 발표 효과가 다소 사그라지는 사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있기는 하나 그 규모가 그간 매수했던 데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매도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외국인은 미국 QE3 정책 효과가 연내 나타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소규모 매수에 나서는 등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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