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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통」 풀어 수사협조하라(사설)
입력1997-02-07 00:00:00
수정
1997.02.07 00:00:00
한보비리의 핵심과 의혹의 실체는 아직 감감한채 밑도 끝도 없는 설이 분분하고 확인되지 않은 「혐의자」가 양산, 나라안이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로 분명히 드러난 것은 정태수씨와 은행장 두명의 구속이고 몇몇 은행장이 소환된 것 뿐이다. 어마어마한 대출비리 사건치고는 밝혀진 내용이 별로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출처나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설이 무성하게 나돌아 정치권·관가·금융계가 술렁이고 민심이 뒤숭숭하다.
양김의 「집사」가 거액을 받았다는 혐의가 흘러 나온 후 당사자들의 부분 시인과 전면 부인으로 엇갈리고 있는가 하면 여기에 「한보리스트」가 나돌고 있다는 소문으로 정치권에 일대 회오리가 일고 있다.
관계에서는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을 만한 사람들이 모두 「나는 아니오」라고 펼쩍 뛰고 있다. 또 금융계도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두가 「나와는 상관 없다」 「내 책임도 아니다」라고 하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믿을 수도 안믿을 수도 없는 설과 리스트가 떠돌아 웬만한 사람은 모두 「혐의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초점 흐리기인지, 여론 떠보기인지, 근거있는 것인지 지금 분간키는 어렵지만 정씨에 정계·관계·금융계가 농락당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의 초점은 한낱 재미거리나 곁가지가 아니다. 특혜대출 압력의 배후 실체와 비리구조가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엄청난 숫자의 대출비리가 권력의 압력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수사의 초점은 배후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것만이 이 혼란과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는 아니오. 나는 모르오」하고 있으니 결국은 정씨의 입을 통해 밝혀낼 수밖에 없다. 그가 진실을 털어놓고 배후의 실체를 밝히는 것만이 한보사태로 해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경제적 혼란과 국민의 불신을 조속히 해소하는 길이다. 「참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행여 입을 다물면 진실이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수서사건의 배후 핵심도 정권이 바뀌면서 결국은 드러났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만하다.
지금 정치권은 화합과 대화가 없이 살벌해져 가고 있다. 경제는 더욱 어려운 궁지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들은 들떠 일할 마음이 잡히지 않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인만큼 검찰의 수사도 성역이 없어야 하겠지만 정씨가 「자물통」을 열어 검찰수사에 숨김없이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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