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북아중심국의 조건

지난 97년 10월 `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이라는 부즈 앨런 해밀턴 보고서가 나왔다. 당초 관심을 못 끌던 이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위험을 미리 경고한 사실 때문에 그해 말의 금융위기 이후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6년 전에 발간된 보고서를 들춰내는 까닭은 당시 제기됐던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문제가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 속에 한국경제는 넛크래커(호두까기)에 끼여 있다는 문제인식이 그것이다. 우리 경제가 당장 97년과 같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우리와 이웃한 중국의 비상을 넋 놓고 바라보기에는 왠지 불안하다. 중국상품은 이제 의류ㆍ완구ㆍ신발 등 경공업 제품은 물론 가전ㆍ정보기술(IT) 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2001년 이후 연평균 8%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세계 4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과감한 외국인투자 유치에 있다. 외국인투자는 이미 중국 전체수출의 50.6%, 고정자본형성의 11.2%, 공업생산의 20.7%를 담당할 정도로 중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세계 외국인투자가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던 2001년에도 중국으로 유입된 외국인투자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무역과 외자유치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아지고 있다. 중국의 욱일승천하는 기세와 우리 실정을 비교하면 초라함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가 외자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97년에는 한국의 외자유치 금액이 중국의 6.3%에 머물렀으나 이후 국가적으로 외자유치에 발벗고 나선 결과 99년에는 이 수치가 23.1%로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2001년에는 다시 6.8%를 기록해 제자리로 떨어졌다. 이것이 만약 우리가 그간의 성과를 놓고 자만에 빠졌다거나 이제는 외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폐쇄적 발상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은 외국기업에 개방적인 것은 물론 인재의 글로벌 아웃소싱에도 눈을 떠 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중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한국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본주의적이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이제 우리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중국의 부상에 겁만 먹을 것이 아니라 우리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획기적이고 차별화된 외자유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자유치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경제가 구조적 장애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세계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부족한 자본과 기술도입은 말할 것도 없고 낙후된 우리의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선진관행을 정착시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주창하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도 외자유치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세계적 수준의 생활환경이 보장되는 경제특구를 건설해 이를 중심으로 외자유치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제특구를 성공시켜 외자유치의 혜택과 이익을 온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경제특구화해나가야 한다. 경제특구라는 점을 통해 이를 잇는 선으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면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경제특구로 한정하지 않고서는 각종 이익집단의 반발과 저항 때문에 외자유치를 위한 획기적인 변화는 결국 좌절될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중국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투자유치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차별화전략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 비싼 돈을 치르고 기업설명회를 하는 것보다 기존 투자가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증액투자를 유도하고 구전효과를 통해 신규투자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외국인투자 고충처리기구는 바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외자유치에 무성의한 정부기구에 경종을 울려주는 역할을 한다. UN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도 2002년판 `세계투자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고충처리기구가 외자유치 활동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필자는 보다 과감한 개방과 개혁정책이 전제된다면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하려는 타성을 깨고 세계화시대의 거센 도전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고서는 이를 이루기 어렵다. 과감한 시장개방을 통해 법률ㆍ금융 분야 등의 낙후된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투명성을 제고하며, 노사협력의 문화를 만들고 농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며 우수한 인적자원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시급히 이뤄내는 것 등은 지금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들이다. <김완순(외국인투자옴부즈만)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