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다시뛰자 한국기업] <4> 존재감 사라진 에너지기업

자원공룡 中앞에 움츠러든 한국… 해외 M&A 등 서둘러야<br>中 석유·가스 M&A에 3년간 1,000억달러 투자 다국적기업과 시장 양분<br>국내선 오히려 구조조정 세혜택도 없애거나 줄여 자원개발 마스터플랜 시급


지난 10월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석유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작회사를 설립해 세계 최대 에너지 자원보고 가운데 하나인 극동 시베리아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앞서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9월 무려 100억달러를 러시아 가스전에 투자한 바 있다.

중국의 마구잡이식 해외자원 매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두려운 것은 중국 에너지기업들이 막대한 자원투자를 하는 동안 한국 기업은 주춤거렸고 이제 공룡이 돼버린 중국 업체들은 우리가 도저히 추격할 수 없을 정도로 멀찍이 달아나버렸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 등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이 해외 석유ㆍ가스 인수합병(M&A)에 투자한 금액은 2010년 316억달러, 2011년 300억달러, 2012년 307억달러, 올 1ㆍ4분기 86억달러 등 3년 동안 1,000억달러(100조원 이상)가량에 이르렀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해외자원 M&A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자원개발투자세액공제제도, 해저광물자원개발업에 대한 관세면제제도 등 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세제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다. 해외자원 개발의 인프라 중 하나였던 세금 및 관세혜택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성동원 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은 "석유ㆍ가스 M&A 시장은 다국적기업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은 2011년을 정점으로 존재감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훌쩍 커버린 중국의 에너지기업들=2012년 아시아 기업의 석유ㆍ가스 M&A 실적(금액기준)을 보면 상위권은 중국 에너지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 1위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2위는 시노펙, 6위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ㆍ페트로차이나 등이다.

중국 에너지기업들은 석유ㆍ가스 등 전통자원은 물론 셰일가스ㆍ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자원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기업들은 미국 셰일자산 지분투자에만 2011년 13억달러, 2012년 29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한마디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부터 아시아ㆍ북미 지역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셈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계 에너지 시장이 다국적석유회사(IOC)와 국영석유회사(NOC) 등으로 양분됐다"며 " 현재는 IOC와 차이나석유회사(COC)로 양분돼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에너지기업들은 세계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중국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을 따돌리고 이후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실제로 포춘지가 발표한 '2013 세계 500대 기업' 10위권에 시노펙ㆍ페트로차이나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이 중국 에너지기업을 거대공룡으로 키우고 있다"며 "최근 3년간 1,000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등 한국의 추격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중국을 뒤쫓는 아시아 국가들=에너지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은 중국 다음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자국 기업들의 해외탐사 광구, 가스자산 인수 지원을 위해 767억엔의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민간종합상사를 중심으로 비전통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자펙스(JAPEX)와 조그맥(JOGMEC) 등이 주도해 미국ㆍ베네수엘라 등 알짜 석유ㆍ가스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엔저 등으로 일본 정부가 해외 석유ㆍ가스 M&A 장려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며 "자국 내 석유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태국은 국영기업 PTT익스플로레이션앤드프로덕션(PTTEP), 인도는 국영기업인 인도석유공사(ONGC) 등을 앞세워 석유ㆍ가스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중국의 독주 속에 일본이 그 뒤를 따라가고 후발주자로 나선 인도ㆍ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한국, 자원 구조조정에 혜택도 없애려=반면 한국의 현실을 초라하다. 과거 정부의 무분별한 자원외교가 이슈화되면서 전쟁 제일선에 나설 에너지공기업들은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다. 민간 에너지기업들 역시 올 상반기 기준으로 해외 석유ㆍ자원 투자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을 통해 해외자원개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 해외자원개발에 주어졌던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할 예정이다. SK경영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전통석유는 물론 셰일가스ㆍ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자원 확보가 매우 중요한 때"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 및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원개발 청사진이 변경되고 그때마다 민관 에너지기업이 들러리로 나선 뒤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권과 정책에 구애되지 않는 장기적인 자원개발 마스터플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