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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백신시대 개막
입력2003-09-22 00:00:00
수정
2003.09.22 00:00:00
박상영 기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100%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 의학자의 발표를 계기로 전문가들 조차도 코방귀를 뀌었던 암을 예방하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존 실러 박사는 최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성생활 경험이 없는 1,1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2종류의 바이러스(HPV) 감염을 차단하는 예비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러 박사는 “이 백신은 앞으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 3~5년 내에는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젊은 여성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암을 막는 백신이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놀랄만한 연구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개발 성공은 다른 경쟁 제약사에 암 백신개발에 대한 프로젝트 구상에 한층 추진력을 불어 넣을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뿐만 아니라 MSDㆍ화이자 등 그 동안 상당수의 외국 제약사들이 암 예방백신 개발을 암암리에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암 예방 백신 개발의 불꽃튀기는 경쟁체제로의 돌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점적으로 연구를 독려하고 있는 분야. 현재 임상단계에 있는 말라리아 백신의 경우 6~8개월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2007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화 시대에 해외여행이 잦은 여행자들을 위해 개발중인 `여행자 백신` 도 4년을 전후로 선보일 것이 확실시 된다.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노인들에게 잘 걸리는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백신도 몇 년 내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예측이 가능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백신 전문가들 사이에 연구 성과물의 신뢰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백신심포지엄에서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 몬세프 슬라우니(면역학자) 박사는 “미래의 백신은 질병예방 차원을 넘어 질병을 치료도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앞으로 각종 암이나 만성질환 치료제로서 백신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치료 약으로서 백신은 `파맥신(pharmaccine)`이라고 부른다. 제약과 백신을 의미하는 합성어로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며 특히 암이나 난치성 만성질환과 같은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파맥신으로 현재 가장 유력한 의약품은 이번에 예비 임상시험에 성공한 자궁경부암과,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상이 진행중인 에이즈 백신이다. 그런 점에서 해외 백신 전문가들은 파맥신은 에이즈 뿐만 아니라 B형간염ㆍC형간염ㆍ폐암ㆍ유방암ㆍ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ㆍ알레르기 같은 자가면역 질환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몬세프 슬라우니 박사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의 임상시험에서는 암세포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폐암환자 400여명의 경우 수명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유방암 백신의 경우 빠르면 내년 중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지구상 감염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20초 마다 11명이 발생하고 있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악성 질병일수록 치료 이전에 적극적인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백신=1796년 영국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사망률이 40%에 달했던 천연두를 막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인체에 주사하면 몸의 면역세포가 자연스럽게 항체를 형성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한다는 개념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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