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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두 노인

『매우 아름답다. 무중력 상태에서 매우 기분이 좋다』지난달 30일 오전(우리시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우주궤도에 진입해 하와이 상공 550㎞ 지점을 비행하면서 존 글렌 미국 상원의원이 되풀이해서 외친 말이다. 존 글렌은 올해 나이 77세로 인류 역사상 최고령으로 우주도전에 나섰다. 그로 부터 몇시간 뒤 평양의 백화원 초대소.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金위원장은 금강산 개발과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올해 나이 84세의 鄭명예회장은 광복 이후 굳게 닫힌 판문점을 소떼로 열고, 대북(對北)경협의 신기원을 마련했다. 우주공간과 한반도라는 다른 공간이었지만 두 「노인」은 비슷한 시간에 각기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을 해 냈다. 두 사람에게서 우리는 신념을 발견할 수 있다. 鄭명예회장은 「어렵다」는 지적속에서도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북한의 문을 두드렸고, 끝내 열었다. 글렌의원은 36년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주궤도 비행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다시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다. 끝없는 모험정신도 있다. 鄭명예회장은 경부고속도로, 자동차생산, 금강산 관광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불가능」이란 전제와 진단을 단채 출발했지만 끝내 성공시켰다. 존 글렌은 노화된 인간이 우주여행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30여 가지의 실험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두 노인은 양국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환영을 받고 있다. 존 글렌이 우주에서 던지는 육성은 전에없이 미국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鄭명예회장이 갖고 온 방북 보따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이기에 우리를 들뜨게 한다. 두 사람이 만든 역사는 미국이나 한국, 그리고 인류의 평화와 미래에 큰 의미를 가질만 한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일일수록 냉정한 대처도 필요하다. 흥분과 과장은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고, 보다 큰 발전과 진전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다음과 같은 지적은 유념해둘만 하다. 『과거 기업들이 (대북 경협 발표에서) 요란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이 있었는가. 너무 과장되게 보도하면 안되고, 하나씩 쌓아 올라가고 착실히 하는 것이 좋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이번 비행은 그냥 뒀으면 평범했을 것이다. 마치 야구시즌이 끝나 마크 맥과이어나 새미 소사와 같이 환호할 대상이 없어진 순간 나사와 글렌이 과거의 영광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하자 나라 전체가 향수에 빠지기로 작정한 것 처럼 보인다』(미국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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