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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건교부의 클라인 병(bottle)

김성수 사회부 기자 sskim@sed.co.kr

[기자의 눈] 건교부의 클라인 병(bottle) 김성수 사회부 기자 sskim@sed.co.kr 김성수 사회부 기자 ‘클라인의 병은 면이 하나뿐인 도형이다. 가장자리가 없어서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없다. 뫼비우스의 띠 2개를 포개어 만들 수 있으며 밑면과 윗면이 뚫려 있는 원기둥 모양이다.’ 타이완 항공노선을 둘러싸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불만을 터뜨렸다.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똑같은 횟수로 전세기를 띄울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가 결정했지만 두 항공사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다. 건교부는 두달 동안 협의와 법률자문ㆍ의견조율 등을 통해 나름대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고 자부하겠지만 결과는 항공사들의 강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체결한 한ㆍ타이완 민간항공협정을 아시아나의 주장과 같은 ‘신규협정’으로 결론을 내린 건교부는 기득권을 가진 대한항공도 달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신규협정이라면 아시아나에 보다 많은 운항권을 부여해야 하지만 대한항공의 반발을 의식해 동수로 배분한 것이다. 하지만 두 항공사는 미래를 대비해 표정관리에 나섰다. 앞으로도 유럽노선을 비롯해 각종 노선을 배분받아야 하는 만큼 추후 노선배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건교부에 맞서는 강한 액션을 취한 것이다. 사실 항공사가 건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이기기는 어렵다. 실제로 4월 상하이노선을 두고 아시아나가 부당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가 곧바로 취하하기도 했다. 또 항공사의 표정관리 이면에는 건교부의 어정쩡한 결정에 대한 반발감도 담겨 있다. 노선을 배분할 때마다 진통을 겪는 만큼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나 건교부는 그때그때 정책방향이 다르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타이완에서도 중화항공과 에바항공에 똑같은 운항권을 부여했다며 타이완 사례에 의지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한 항공사의 반발이 예상됐다면 ‘원칙’을 적용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 원칙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 과감하게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건교부의 이번 결정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매듭은 지어야 하는데 너무나 숙고하다가 뫼비우스의 띠 두개를 겹쳐 클라인의 병을 만든 느낌이다. 경계가 없고 방향도 없기 때문에 물만 부으면 줄줄 흐르는 4차원 도형을. 입력시간 : 2004-11-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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