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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 파업의 대가
입력2002-12-06 00:00:00
수정
2002.12.06 00:00:00
두산중공업은 올해 노사관계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우선 두산중공업 노조가 월드컵 기간동안인 지난 5월23일부터 47일동안 파업을 벌인 것은 국민정서를 이랑곳 하지않는 파업의 전형이었다.
파업의 이유도 임단협과 관계가 없는 노사협상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것으로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다. 파업방법도 회사가 만들 제품의 출하를 못하게 하는 식으로 퇴영적 인 것이었다.
이 파업의 여파로 노조는 해고 및 중징계 80명, 65억원에 이르는 월급 및 재산 가압류, 형사고발을 당했고 회사측은 900억원의 직접손실 외에 수주감소 등의 간접손실을 당했다.
그 후 두 진영이 노조전임자 축소, 해고자 복직 및 고소ㆍ고발 철회 등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오던 중 진척이 없자 지난달 23일 사측은 법의 요건에 따라 단체협약 일방해지를 선언하고, 노조 전임자들의 현업 복귀를 명령했다. 이는 노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여건 아래 다시 시작된 협상에서 주도권은 사측에 쥐어질 수 밖에 없었다. 노사가 합의하고 6일 노조가 동의한 협상안은 사실상 사측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이었다.
노조가 요구한 해고자 복직이나 월급 및 재산가압류해제, 고소고발 철회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으로 해결할 것은 법의 판단에 따른다는 사측의 입장이 관철됐다.
회사측은 큰 대가를 치렀지만 협상의 원칙을 고수한 점은 적지않은 소득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행에는 무원칙한 면이 많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측은 이면계약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이를 들어줬다.
그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협상은 주인 없는 공기업에서 특히 심했다. 두산중공업의 파업도 그 같은 과거 공기업 체질을 벗어나지 못한 데서 발단이 된 면이 있다.
두산의 박용성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 박회장은 자신의 원칙중시 경영소신을 관철하는 것 외에 상의 회장 기업으로서 자사의 노사협상이 노사문화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본다.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참고가 돼야 할 것이다.
노조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싸울 만한 것을 놓고 합법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은 누구보다 조합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처럼 뻔한 원칙을 확인하는데 굳이 이같이 큰 희생을 치러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산중공업 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노사문화를 창조하는 데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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