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뉴욕 증시에 '진짜 태풍'이 몰아닥치면서 주가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경고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끝내고 연말쯤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1월 미국 중간선거라는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 지난해 여름 신흥시장이 겪은 금융위기 조짐은 차라리 미풍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월가의 큰손들은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풋 옵션 상품을 대거 사들이며 주가급락에 대비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는 올 6월 말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풋 옵션을 1,130만개로 늘렸다. 올 1·4분기보다 무려 605% 늘어난 규모로 시장 가치가 22억달러를 넘는다. 소로스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서는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풋 옵션은 시세하락 때 손실을 만회하는 투자기법이다.
비록 포트폴리오의 80%를 차지하는 주식의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보이지만 시장은 풋 옵션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소로스처럼 다른 월가 큰손들도 주가폭락 사태에 대비 중이다. 체이스 콜먼의 타이거글로벌운용의 경우 올 6월 말 현재 스탠더드앤푸어스(S&P) 주택건설업체 ETF에 대해 포트폴리오의 9.8%에 이르는 7억7,000만달러어치의 풋 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과 아팔루사운용의 데이비드 테퍼 등도 "미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산 거품이 보인다"며 주식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이날 미 주가가 과거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또 한 번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률(CAPE ratio·실러 P/E)'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S&P500지수 가치는 25까지 상승해 20세기 평균치인 15.21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1881년 이후 이 지수가 25를 넘은 때는 1929년과 1999년, 2007년 등 단 세 번뿐으로 1년 뒤에는 예외 없이 금융위기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불안감이 큰 가운데 연준의 테이퍼링 종료 등 올가을의 대형 이벤트가 주가폭락을 촉발하는 방아쇠라는 경고가 나온다. 래리 해서웨이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연준의 테이퍼링이 끝날 시점이 되면 지난해 여름의 충격과 같은 '긴축 발작(taper tantrum)'의 후속편이 찾아올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따른) '금리 격노(rate rage)'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5년간 주가를 끌어올린 근본 원인이 연준의 돈 풀기였던 만큼 대형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시사했을 때도 여러 신흥국이 금융위기 직전까지 갔고 선진국 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첫 주에 유럽 주요 증시 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가 3% 폭락했고 미 정크본드 수익률도 평균 5.94%로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더구나 해서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충격이 리허설에 불과했다면) 조만간 본 게임이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따른 이른바 '버냉키 쇼크'보다는 금리인상에 따른 '옐런 쇼크'가 더 메가톤급 태풍이라는 것이다.
11월 미 중간선거도 증시에는 악재다. 세제개혁 공방 등 정치적 불안정 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9월은 전통적으로 기업이익이 연중 가장 저조해 미 증시도 최악의 수익률을 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미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빌 스톤 PNC자산운용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국채 수익률 하락은 유럽 등 글로벌 경제둔화 때문일 수 있다"며 "(기업 실적감소 등을 불러올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우려했다. 다만 아직 월가에서는 증시가 5~10% 정도 일시 조정을 받더라도 미 경제와 기업실적이 회복되고 있어 주가폭락 사태는 겪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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