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에서 군사관련 콘텐츠의 위력은 엄청나다.
웬만한 1면 톱기사 보다도 군사관련 단신의 기사조회수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수컷들의 호전성에 더해 분단국이라는 현실 덕분에 웬만한 남자라면 군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나라 여자들이 "남자들과 합석한 자리에서 군대 얘기 나오면 집에 가고 싶다"고 푸념을 하겠는가 말이다.
책은 여러가지 무기의 탄생배경과 성능 등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남자라도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콘텐츠를 담고 있다는 강점은 있다.
이를 테면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는 중국ㆍ일본 전투기에 비해 어느 정도 성능을 갖고 있는지, 세종대왕함은 다른 나라의 이지스함들에 비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K-9 자주포가 세계 정상급이라는데 정말 그런지,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는 어떻게 50년 넘게 최일선을 지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흥미있는 이야기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 글은 2010년 7월부터 매주 네이버캐스트 '무기의 세계' 코너에 연재하고 있는 글 중 일부를 모아 펴낸 것으로 매 연재 때마다 조회건수가 수십만건에 달했고, 댓글이 최대 2,500여 개가 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무기체계의 제원 소개에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역사까지 함께 담는 형식으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굳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찾아내자면 지은이의 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흔히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전쟁의 역사는 무기발전의 역사이니, 결국 인류의 역사와 무기발전의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변혁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군사변혁에 대한 저서 'MADE IN WAR(전쟁이 만든 신세계)'를 쓴 미국의 맥스 부트(Max Boot)의 한 말씀도 참고할 만 하다. 부트는 "새로운 과학기술은 새로운 전술과 결합해 군사변혁을 이뤄낸다. 이 변혁의 성패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되었고 전쟁의 승패는 결국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전술이 결합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전력으로 태어날 때 진정한 군사변혁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 책은 대당 1,000억 원이 넘는 고성능 전투기가 수백 킬로미터를 단숨에 날아가 한발당 수억 원이 넘는 미사일로 표적을 정확히 파괴할 수 있는 21세기에도, 수십만 원짜리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은 여전히 전쟁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대접 받는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보병에게 생명과도 같이 귀중한 AK-47 소총부터, 6.25전쟁 당시 사용하던 M1 개런드(Garand) 소총, 총 전체가 플라스틱으로 감싸여 장난감 같이 보이지만 경량자동소총의 기준을 새로 만든 M16 소총까지 설명한다. 또 냉전 시절 소련이 개발해 제3세계의 많은 국가에 판매한 스커드(Scud) 탄도미사일,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하는 무기 체계로 유명한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까지 , 책의 스펙트럼은 폭이 넓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군수 및 군납비리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그 일을 저지르는 군 당국 및 조달체계의 후진성과 후안무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싶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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