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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대한민국 SW 중기가 사는 길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수식어는 화려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설명은 식상하다. SW는 이미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기업에서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며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됐다. SW시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고 장밋빛 전망도 많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SW 중소기업이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밝지 않다. 이유야 많다. 그중에 하나만 꼽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SW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서비스 정도로 여기는 정부와 대기업·개인 등 소비자 마인드다. 힘들게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높여도 무료 업그레이드 요구만 늘어날 뿐이다. 결국 돈벌이가 힘들다는 얘기다. 때문에 SW 중소기업 대표는 직원들에게 빚쟁이 아닌 빚쟁이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고 '월급날'과 '월급날이 아닌 날'의 인생만 살게 된다.

기술 갖추고도 특허권에 활로 막혀

그렇다고 살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은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고 싶다. 무너진 SW 생태계를 세우기 위해선 '받침대'와 '지렛대'가 필요하다. 받침대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SW 중소기업이 제격이다. 세계시장을 놓고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력뿐만 아니라 자기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는 특허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대기업 협력업체가 유리하다.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힘들다. 대기업 노하우와 인재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기업이 사업을 제안하고 자금도 지원하고 지식재산권도 공동으로 소유해 해외사업을 추진한다면 승산이 높다. 특히 언제나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구매조건부 형식의 보증 지원제도 등을 시행한다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SW 중소기업의 생존과 SW 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렛대'역할은 유휴기술, 일명 잠자는 기술을 깨우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상품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할 때 잠자고 있던 기술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 만든 정부과제 산출물, 그중에서도 SW와 관련된 성과들을 개방해 중소기업이 자신의 기술과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제품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신제품도 기대할 수 있다.



유휴기술 선활용 후지불 법제화 시급

국민들의 세금과 연구원들의 시간·열정이 녹아들어갔지만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우수 SW기술과 산출물을 중소기업을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다만 무상으로 먼저 쓸 수 있도록 하고 얻어진 성과가 있는 경우에만 대가를 요구하자. 그것만이 중소기업이 나서서 유휴기술을 활용하도록 하는 길이다. 그래야 사장된 기술이 활성화돼 정부자금의 누수를 막고 사회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무상 선제공 후 성과에 따른 비용 지불을 법제화하면 유휴기술을 활용해 상품화·상업화에 나서는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된다. 지식재산권 융·복합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문을 연 'SW자산뱅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수 SW기술자산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SW자산뱅크의 성패는 '대한민국 SW 중소기업도 유휴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롤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사실 하나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상당한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기술적 환경이 급변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필요한 모든 특허를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식재산권 융·복합 사업 지원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기업 서로 간의 상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 중소기업이 해당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토대로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정부가 해외수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직접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연계 지원을 유도하는 것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에서부터 제품 상품화, 사업화 자금확보, 대기업과 연계한 제품개발 및 해외영업·해외수출 지원 등 SW 사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SW 생태계도 살아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SW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여야 고용창출과 창업이 많아지고 대한민국의 희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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