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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원폭에 무너지고 사람이 다시 세운 관광지 '나가사키'


여명이 밝아오는 사세보의 하우스텐보스. 오른 쪽 범선은 바쿠후(幕府)시대 말기에 운항하던‘칸코마루’를 복원한 것으로 여행객을 태우고 해상 크루즈에 나선다. /우현석기자

사이카이 해상국립공원의‘구주쿠시마’ (九十九島). 실제 섬의 숫자는 200개가 넘지만 예전부터 섬이 많다는 의미로 아흔아홉개 섬이라고 불렸다. 명경(明鏡)같은 바닷물에 낚시를 담그고 있는 조사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우현석기자


1945년 8월9일 당시 미국의 최신예 폭격기였던 B29 한대가 규슈(九州)상공을 날고 있었다. 폭격기의 애칭은 ‘복스카’(Bock's Car). 승무원이던 프레드릭 C. 복(Frederick C. Bock)의 이름을 딴 폭격기는 군수산업의 중심지인 목표지점 기타규슈(北九州)의 고쿠라(小倉) 상공을 수 차례 선회했다. 짙은 구름 때문에 목표지점을 확인할 수 없었던 기장 찰스 스위니가 기수를 돌린 잠시 후, 애당초 목표가 아니었던 나가사키(長崎) 상공에 구름이 걷혔다. 스위니는 목표를 나가사키로 변경, 11시 2분 내폭형 플루토늄폭탄 '팻맨'(Fat man)을 나가사키 상공에 투하했다. 엄청난 섬광과 폭발, 후 폭풍이 휩쓴 나가사키시에서는 한 순간에 7만4,000명이 사망했고, 7만5,000명이 부상과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다. 폐허로 변해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나가사키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아물었다. 16세기에 개항(開港), 다른 지역 보다 앞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풍요로움을 누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가사키에는 문화와 경제의 새 살이 돋기 시작했다. 나가사키는 원양어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 했고, 조선ㆍ제강ㆍ전기ㆍ기계ㆍ수산가공업ㆍ목공업도 활기를 띄었다. 특히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사세보(佐世保) 북쪽 사이카이(西海)해상국립공원 구주쿠시마(九十九島)등으로 관광객이 몰렸고, 피폭지인 나가사키에도 그 날의 참상을 잊지 않으려는 참배객과 관광객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개항 이후 쇄국정치가 이어지던 시절 네덜란드는 기독교 선교를 포기하는 대신, 무역을 허락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은 나가사키는 곳곳에 이국적 풍광이 스며, 관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기독교 문화와 중국에서 건너 온 유교, 불교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지난 77년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지정, 일본에서도 손 꼽히는 관광지로 자리를 굳힌 곳. 황량한 개펄 위에 네덜란드와 똑 같은 거리를 조성해 화제를 모은 곳.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자연과 인공미의 조화가 아름다운 규슈의 관광지 나가사키로의 여행이다. "인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원자폭탄 피폭 61년을 맞이한 지금, 나가사키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45년 8월 9일 나가사키는 한 발의 원자폭탄으로 괴멸, 7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중략…미국은 인도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하고, 원자력 기술의 협력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일본을 비롯해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중략…핵무기의 위력에 의지하려는 나라들은 피폭자를 비롯해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핵무기의 완전 철거를 위해 핵확산 방지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후략" 지난해 8월 나가사키 시장 이토 이쵸우(伊藤一長)가 발표한 선언문이다. 선언문에는 행간 마다 평화와 반핵에 대한 염원이 절절히 묻어났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온지 며칠 후 아베 일본총리는 "미국과 같은 동맹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공격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의 임기 내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도쿄도(東京都)지사로 재임하며 인종차별ㆍ성차별적인 발언과 일본의 핵무장 등 보수 층을 선동해 왔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3선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일본의 '혼네'(本音:속마음)는 나가사키 선언문일까. 아니면 이시하라의 극언일까.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 그 들의 잦은 침략에 시달려 왔던 우리로서는 그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차대전 중 수 많은 한국인들이 징용되어 탄광에서 희생됐고,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한 나가사키. 그 아름다운 도시의 평화선언문이 일본인 전체의 가슴 속으로 퍼져 나가기를 바라며 3일간 돌아 본 나가사키의 풍광을 정리한다. ▦나가사키의 역사적 배경 1571년 포르투갈 함선이 처음으로 나가사키에 닻을 내렸다. 나가사키는 다른 곳 보다 먼저 개항을 한 만큼 기독교가 일찍 뿌리를 내렸고, 영국ㆍ네덜란드 등과 교역이 활기를 띄었지만, 1641년 기독교 금교(禁敎)와 쇄국정책으로 무역이 금지되기도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쇄국정책을 펴면서 천주교 신자를 색출해내기 위해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동판을 깔아놓고 밟고 지나가는 사람은 살려주고, 이를 거부하는 자는 화산지역으로 끌고 가서 끓는 온천에 삶아 죽였다. 그러나 포교활동을 하지 않은 네덜란드는 예외가 되어 개국(開國) 때까지 무역을 계속했고, 서양문물을 공급하는 창구역할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성 프란치스코 자비에르 신부의 선교 활동으로 천주교는 뿌리를 내렸다. 현재 나카사키현 인구 100만 명중 천주교 신자는 3만명. 1864년에 일본 최초로 세워져 국보로 지정된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이 있으며, 26성인(聖人)의 순교지도 있다. 일본은 이 곳을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를 추진중이다. 이밖에 나가사키 중심부에는 공자묘가 있어 매년 9월 공자 탄신일에 의식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이 같은 문화의 다양성에 힘입어 나가사키는 지난 77년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볼거리 나가사키시는 크게 시중심부와 소토메지구(外海地區), 이오지마지구(伊王島地區), 고우야기지구(香燒地區), 다카시마지구(高島地區), 산와지구(三和地區), 노모자키지구(野母崎地區), 긴카이지구(禁海地區)등으로 나뉜다. 시 중심부에는 1859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나가사키에 이주, 근대과학과 신문물 도입에 기여한 토마스 브레이크 글로버(Thomas Blake Glover)와 로버트 네일 워커(Robert Nale Walker) 등 외국인 거주했던 외국인 거류지 글로버가든이 있다. 글로버가든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나비부인 역할을 맡아 유명해진 오페라 가수 미우라 다마키(三浦環)의 동상이 눈길을 끈다. 나비부인의 원작 소설을 쓴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은 글로버의 부인을 모델 삼아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쇄국정책을 펴던 시절 외국인 거류지로 근대화에 일익을 담당한 '데지마'(出島)와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형 돌다리인 '안경다리'도 둘러볼 만 하며,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중심지와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다. 북서부에 위치한 소토메지역은 1만년전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생존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토메 역사민속자료관에는 죠몽시대부터 고분시대에 이르는 유물과 탄광자료, 기독교 박해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사이카이 해상 국립공원의 구주쿠시마(九十九島)는 사세보항에서 북으로 25㎞에 위치하며 크고 작은 208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오지마지구에는 해변의 길이가 340m에 이르는 인공해수욕장 '코스트 델 솔'이 있고, 긴카이지구에는 2004년 한화그룹이 인수, 운영하고 있는 '오션 팰리스 골프클럽'이 있다. 이 곳은 모든 코스가 바다와 인접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라운딩 할 수 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이며 나카사키 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인 직원이 마중을 나간다. ▦먹거리 나가사키에서는 눈 만큼 입도 즐겁다.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전래한 카스텔라가 유명한데, 외국 문물을 도입, 발전시키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일본 답게, 카스텔라도 나가사키의 명물로 특화시켜 현지에서는 "유럽의 어느 나라의 카스텔라 보다 나가사키의 카스텔라가 더 맛있다"고 자부한다. 1800년대 화교 요리사가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만들어낸 짬뽕도 유명하다. 짬뽕의 고향이 일본이라는 사실은 얼마 전 TV프로에도 소개되어 화제가 됐었는데,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 짬뽕과 달리 고추를 넣지 않고, 돼지 뼈로 국물을 우려내, 국물이 하얗고 맵지 않다. 사라우동도 유명한데 튀긴 국수에 탕수육 소스와 비슷한 소스를 얹어 먹는다. 코스요리로는 중국요리를 바탕으로 양식과 일식을 가미한 '싯포쿠요리'가 유명하며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연회요리다. 이밖에 숭어 알을 소금에 절여 말린 '카라스미', 신선한 생선살로 만든 '카마보코',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도 유명하다.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지난 92년 3월 25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문을 열었다.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는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어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7세기 네덜란드의 거리를 재현하고 있다. 일본이 쇄국정책을 실시했던 에도(江戶)시대 나가사키는 외부에 개방된 유일한 무역항이었으며, 포르투갈 범선의 방문에 이어 1600년 네덜란드 범선 '데 리후데'호가 규슈에 표류, 서양과의 교류에 물꼬를 텄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가미치카 요시쿠니는 사학자, 건축가, 해양학자, 환경학자들을 모아 일본 속의 네덜란드 건설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건설 당시였던 92년은 일본경제의 버블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라 투자할 곳 없어 방황하던 자금들이 이 곳으로 몰려 새로운 테마파크가 조성 됐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했던 불모의 땅에 토양 개량 작업이 시작됐고, 40만 그루의 나무와 30만 송이의 꽃이 심어졌다. 또 인공 운하에는 바닷물을 끌어들여 자연생태계까지 복원하는 대역사가 진행됐다. 하우스텐보스는 테마 파크인 동시에 인간과 환경을 아우르기 위한 실험도시로, 지상에는 네덜란드 풍의 고색창연 건물들이 늘어서 있지만 지하에는 폭 6m, 높이 2.5m, 총연장 3.2㎞에 이르는 하수구와 함께 전력, 급수, 통신, 케이블TV망이 구축된 첨단 시가지다. 또 이 곳에서 발생한 오수는 정화시설을 거쳐 화장실의 세정수 등으로 재활용, 단 한 방울의 오수도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우스텐보스를 구경하려면 1일 자유이용권이나, 호텔리조트 패스포트를 구입하면 되는데, 이를 구입하면 각종 오락시설과, 박물관, 클래식 버스, 운하 관광선, 범선 간코마루호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그 밖의 볼거리 하우스텐보스에는 박물관에서 아이맥스형 체험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중 방문객들이 가장 긴 줄을 서는 곳은 '호라이즌 어드벤처'. 네덜란드 역사에 기록된 대홍수를 재현, 안개ㆍ번개ㆍ파도ㆍ홍수가 진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해 물이 객석을 삼킬 듯 쏟아진다. IFX씨어터 '키라라'는 달이 없을 경우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밖에 눈속임 기법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판화가 엣셔의 작품을 3차원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미스테리어스 엣셔'와 일본 최대규모의 거울 미로 '매직 미러 메이즈', 대형 스크린의 영상에 따라 객석이 함께 움직이는 대항해 체험관 등이 볼 만 하다. 일곱 개나 되는 하우스텐보스의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테디베어 인형과, 20세기초 선을 보인 앤틱 베어 등을 전시한 '테디베어 킹덤'이 여성들과 어린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러가지 종에서 울려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카로욘 심포니카'와 오르골의 포근한 음색을 체험할 수 있는 '오르골 환타지아'는 방문객의 귀를 즐겁게 하며, 세계 최대의 샹들리에를 전시해 놓은 '기어만 뮤지엄', 유럽의 왕족들이 사용하는 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포셀린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다. ▦탈거리 막부시대 말기에 운항하던 '칸코마루'를 복원한 범선을 타고 크루즈를 즐길 수 있으며, 선상에서 차와 케익을 즐기면서 바다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파티 크루저 코스도 있다. 바다위의 영빈관이라고 불리는 호화 요트 '데 하르'에 승선하면 뷔페요리를 즐길 수 있다. 리조트안을 구경하다 다리가 아프면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클래식 버스와 택시를 세워 탈수 있는데 자유이용권이 있는 경우 버스는 무료지만 택시는 요금을 내야 한다. ▦먹거리 일식은 물론 양식에서 한식까지 입맛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본바닥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일식전문점 '하나노야'와 '나카노차야'를, 피자와 파스타 생각이 난다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노키오'를 찾으면 된다. 양식으로는 스테이크 하우스 '로드 레우'가 있고, 한식집 '서울'도 있는데 이 집의 돌솥비빔밥은 특히 인기가 있다. 대만요리 전문점 '로판'은 단품에서 코스까지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빈의 정통 카페를 재현한 '그랜 카페'에서는 1,000종류 이상의 술 맛을 볼 수 있다. ▦패키지여행 상품 국내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하우스텐보스 관광상품은 2박3일과 3박4일 상품이 있다. 국가대표여행가(www.tourga.com)에서 판매하는 2박3일 상품의 경우 44만9,000~69만9,000원 사이이며, 투숙하는 호텔과 계절에 따라 다소간의 가격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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