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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의 올바른 해법
입력1999-07-18 00:00:00
수정
1999.07.18 00:00:00
삼성자동차 문제가 점입가경으로 들어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삼성차는 잘못된 산업정책과 정경유착의 사생아다. 개방화추세에 맞추어 자동차시장을 지난 90년대 초에 개방했다면 삼성차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집념과 YS의 정치적 고려가 어우러져 공장부지를 대구 평지에서 부산 매립지로 옮기는 무리수까지 둠으로써 채산성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로 태어났다. 기아차 인수에 실패한 후 삼성차는 시한부 기업이 되고 말았다.
현정부는 재벌개혁 차원에서 삼성그룹이 자동차문제를 자체 해결하도록 독려하면 됐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표방하면서도 이것과는 동떨어진 빅딜을 주문했다. 그 결과 정부는 삼성차가 튀기는 오물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고단한 처지에 몰렸다.
반년 이상 계속된 빅딜 혼선은 李회장의 사재출연과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부산여론이 악화되고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특혜시비라는 역풍이 불면서 일이 또 꼬이게 됐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삼성차가 청산될 것이라던 정부의 첫 반응은 들끓는 부산민심으로 인해 『삼성차 공장을 계속 가동시킨다』는 입장으로 표변했다.
이런 정부 입장을 의식, 삼성차 채권금융기관들은 부산공장을 자동차 생산기지로 계속 가동하되 국내외에 매각하거나 장기임대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데 최근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은 3조5,000억원을 들여 최고설비로 만든 부산공장이 자동차 생산기지로 활용되지 못하면 막대한 낭비이고 담보확보에도 불리하기 때문에 일부분이라도 가동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생산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니라 수익성이라는 기초경제이론을 무시한 사이비 논리이다. 자동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삼성에 만들수록 손해나는 차를 계속 만들라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은 삼성차를 가동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부산공장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장만이 안다. 용도를 못박지 않은 공장부지와 생산시설을 투명하게 공개 매각하면 판명될 성질의 것이다. 막후에서 대우가 인수토록 종용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오는 자충수이다. 제 코가 석자인 대우가 새삼 정부 의중에 맞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신정경유착의 냄새를 풍긴다. 삼성차문제의 해답은 벌써 나와 있다. 부산공장은 삼성 뜻대로 문을 닫고 경제논리에 따라 조속히 청산하며 부산지역 경제활성화 문제는 삼성차와 별도로 접근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뻔한 해답을 여론의 향배와 표에 신경쓰면서 추진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소신(無所信)이 문제다.
삼성은 지난 2일 「삼성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기업의 부채를 국민의 짐으로 돌리는 행위는 60여년간 국민의 사랑으로 커온 기업으로서 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李회장이 거액의 사재를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비교우위를 가지는 전자관련 사업을 부산지역에 유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삼성의 현명한 결정이 소기의 결실을 맺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첫째, 李회장이 도덕적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영명한 결단을 내린 이상 금융권채무는 물론 특정시점(예컨대 99년 6월 말 현재)까지의 협력업체 손실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출연해야 한다. 채권단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은행들은 국민부담으로 이제 겨우 정상화되는 참이다. 옛 체제의 틀에서 생긴 손실만큼은 갚을 능력이 있는 삼성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 그 대신 앞으로 억지춘향으로 공장을 가동시킨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당연히 채권단이 부담해야 한다.
둘째, 삼성생명 상장을 조속히 허용해 추가출연과 전자부품 사업을 신규 건설하는 데 따르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면 계약자 몫을 감안하더라도 李회장 일가와 삼성그룹에 엄청난 자본이득이 생긴다. 자본이득의 대부분을 출연과 건설에 쓰면 구겨진 삼성의 이미지도 살고 정부와 국민에게도 득이 된다. 정부와 삼성간의 이런 「빅딜」이 삼성차수렁에서 벗어나는 유력한 방안이다. 정경유착의 어두운 유산을 처리하는 데 대승적인 정경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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