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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스페이스 점퍼'가 주는 메시지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때마침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점퍼가 화제가 되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학생들 사이에 '제2의 교복'또는 '교복 위의 교복'으로 불린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는 한 중학교 교실의 같은 분단 학생들이 일제히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있는 사진이 돌아다녔다. 어찌 보면 또래집단과 모든 걸 공유하고 싶고 동질화하고 싶은 청소년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학생들 사이에 노스페이스 점퍼가 없으면 '왕따'를 시키고 점퍼가 없는 학생들이 이를 빼앗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불거졌다. 노스페이스를 입고 싶은 욕망이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수십만원이나 하는 이 점퍼를 사주느라 중고등학생을 둔 가정은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인터넷상에는 부모님 등골이 휜다는 의미의 '등골브레이커스'라는 별칭이 붙으며 25만~70만원대의 점퍼 가격대별로 노스페이스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가정 경제 형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빼앗아서라도 너도나도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사회적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과도한 평등의식이 뿌리깊은 것 같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국 사회는 공정한 교육제도나 경쟁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위치가 결정됐다는 합의가 없다 보니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과도한 평등의식이 뿌리깊게 내려

우리 교육 과정이 너무나 '취향'을 길러주지 않은 원인도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중고등학생이면 모두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게스 청바지를 입고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었다.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사지선다형, 주입식 암기형 기계를 양산하다 보니 획일화된 결론을 내는 데만 익숙하다. 기업이나 사회가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유난히 강조하는 건 그만큼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역설이 아니겠는가.

노스페이스를 입지 않으면 왕따가 되는 획일성도 답답한 노릇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다양한 의견,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악의적인 비판이나 협박도 불사해왔다.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영남과 호남, 명문대와 지방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1%와 99% 등 당신이 어느 편인지 속히 소속을 밝히라며 일제히 편을 가르거나 한편으로 쏠리도록 강요받아왔다.



과도한 체면 문화도 한몫 했다. '똑같은 것은 싫다'라는 책을 쓴 조홍식 교수는 한국의 사회 통제 메커니즘으로 체면을 꼽았다. 한국과 프랑스를 비교 관찰한 저자는 양심이 사회 통제 메커니즘인 프랑스의 경우 내 행동이 선한지 악한지 내적 갈등과 고뇌가 심한 데 비해 한국의 경우 남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체면이 개개인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것.

노스페이스 점퍼가 한국사회의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지나친 비약인지도 모르겠다. 과문한 탓에 섣불리 결론을 낼 순 없지만 우리 사회는 남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을 적절한 에너지로 전환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하다.

다양성 인정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또 의무와 권리를 함께 실천하기보다는 권리를 더 크게 부르짖는 경우가 많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모든 계층이 권리 패러다임으로 무장해서 상호충돌을 불사할 때에 자유와 평등, 권리와 의무의 적정 결합을 전제로 배태되는 '공정성'은 형성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아이들의 사회는 어른 사회라는 거울을 보고 배운다. 학교 폭력으로 불거진 학교 교육과 청소년 의식의 문제는 기성 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경제 못지 않게 대대적인 사회의식구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주는 경고등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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