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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마켓] 증시 파수꾼 '자본시장 서포터즈' 만나보니

매일 1000개 종목 감시 "불공정거래 꼼짝마"<br>전직 금융사 직원·대학생 모여<br>증권방송·인터넷 주식 카페 등 각종 루머·특정 세력 모니터링<br>은퇴한 고급인력엔 일자리 제공… 학생엔 건전한 투자문화 심어줘

'자본시장 서포터즈'로 활동중인 대학생 윤세호씨(왼쪽)와 박철원 평가위원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포터즈 운영국에서 인터넷 주식카페를 통해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코스닥 종목을 모니터링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올해 초 35년간 몸담았던 은행에서 정년 퇴임한 후 실의에 빠졌던 박철원(58)씨는 요즘 매일 아침이면 다시 살 맛이 난다. 자본시장 서포터즈 평가위원이란 직책을 달고 여의도 한국거래소로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파수꾼으로서 은퇴 후 새로운 활동에 나서면서 함께 퇴직한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학 4학년생인 윤세호(26)씨는 요즘 인터넷 주식카페나 증권방송 등을 결코 그냥 흘려 보지 않는다. 증시가 끝나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인터넷 주식커뮤니티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장중에 일어난 특정 주식과 관련한 이야기나 변동사항을 모집하는데 정신이 없다. 자본시장의 '대학생 암행어사'으로 하루가 짧기만 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ㆍ4분기까지 국내 증시에서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모두 226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함께 증시까지 부진해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면서 인터넷에 테마주를 비롯해 특정 종목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정거래가 85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요즘에도 관련 테마주들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곳이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본부와 금융감독원의 테마주 단속반등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난 10월부터 한국거래소의'자본시장 서포터즈'란 이름으로 전직 금융회사 직원 28명과 대학생 400명이 활동을 시작했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와 증권방송의 불공정행위 감시활동을 하는 게 주 임무다. 이들이 감시 안테나를 펴고 있는 주식카페만 100여개에 달하고 매일 루머나 변동사항을 체크하는 종목수도 1,000개가 훌쩍 넘는다. 금융당국이 미처 손을 뻗치기 힘든 불공정거래의 사각지대를 샅샅이 훑는 셈이다.

박철원 자본시장 서포터즈 평가위원은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작전세력 개입이 의심되거나 증권방송 등에서 특정 종목을 지나치게 자주 추천할 경우 거래소의 시장감시부에 보고한다"며 "과거 금융회사 경력을 발판 삼아 대학생 감시단에게 금융지식을 나눠주고 사회공헌 캠페인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포터즈들은 현직 대학교수나 전직 증권사 임원 등이 포함된 시니어 1명(멘토)과 10명의대학생(멘티)이 한 팀을 이룬다. 그리고 매주 이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션을 주는 평가위원(8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씨는 "특정 기업의 임원들이 SNS를 통해 신제품 출시 등 사전 정보를 유출하는지도 모니터링의 주요 대상"이라며 "활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테마주를 비롯해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무신경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서포터즈의 주 업무는 증시와 관련한 불공정행위를 잡아내는 것이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대어'를 낚지는 못했지만 방대한 인터넷세상에서 불거져 나오는 각종 루머와 특정 세력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게 거래소측의 설명이다.

특히 자본시장 서포터즈는 불공정 감시란 공익적 활동을 기반으로 은퇴한 전직 금융사 고급인력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뿐더러 대학생들에게 건전한 금융투자 문화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생들은 매월 40만원의 활동비가 주어지고 시니어들과 평가위원들에게도 매월 100만원의 보수가 주어진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경우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 지원경쟁률이 치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측은 사업의 취지에 맞도록 저소득층 자녀와 지방대생까지 고루 섞어 최종 인원을 선발했다. 한국거래소의 자본시장 서포터즈 사업은 현재 6개월의 기한을 두고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성과 등을 평가해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박 위원은 "퇴직 후 실업수당을 받으며 여러 곳에 재취업 문을 두드려봤지만 여의치가 않았다"며 "새로운 일도 하면서 젊은이들에게 35년간 익힌 금융지식을 나눠주고 또 공익적인 일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와 학생, 자본시장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씨도 "자본시장 감시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금융시장으로 진로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고 사회와 인생 선배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특히 건전한 투자문화의 중요성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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