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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4, 인물로 본 갑오년] <7> 옐런 미국 연준 의장

통화정책 첫해 성적표 'B'… '출구전략' 역사적 시험대에

"QE종료후 6개월뒤 금리인상" 취임초 실수 불구

비둘기·매파 조율하며 테이퍼링 차질없이 마쳐

세계 금융불안·공화당 연준 개혁 예고는 악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은 '세계 경제대통령'이었다. 올해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온 양적완화를 종료한 데 이어 긴축으로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옐런 의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올해 1월 연준 창설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 자리에 오른 이래 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옐런 의장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비둘기파와 매파로 나눠 개성이 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잘 조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 매긴 첫해 성적표는 'B' 정도로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앞으로 사상 초유의 실험이던 6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무사히 끝내고 출구전략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통과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옐런 의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통화정책 성적표는 'B'=옐런 의장은 지난 2010년 부의장 시절부터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조치, 초저금리 기조 유지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주도해왔다. 그가 올해 시도 중인 통화정책의 대전환 작업도 버냉키 의장 시절부터 짜놓은 밑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올해 6차례에 걸친 FOMC 회의에서 차질 없이 단계적으로 진행했고 올해 10월 완전 종료했다.

그는 취임 초기에 '초보자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혹평에 'C-'라는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올 3월 FOMC 회의 직후 첫 기자회견 데뷔 무대에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질문에 "양적완화 종료 뒤 6개월 뒤쯤"이라고 발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며칠 뒤 고용부진 등을 강조하는 비둘기적 발언으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을 진화했다. 이후 그는 출구전략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를 아직은 무난히 수행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버그EX그룹이 올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금융계 거물 등 전문가 2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53%는 'B' 등급을 줬다. 'A'는 응답자의 23%, 'C'는 14%, 'D'는 4%였다.

버냉키 의장이 줄곧 'A'를 받은 것에 비해서는 약간 저조하다. 하지만 시장에 강력한 인상을 남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맡은 임무도 다른 만큼 버냉키 전 의장과의 단순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연쇄적인 금리인하,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의 경기부양 조치를 숨 가쁘게 내놓았다. 반면 옐런 의장은 이달 FOMC에서 '양적완화 종료 뒤에서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선제 안내)에서 '상당 기간'을 빼는 대신 '기준금리 인상 전 인내심을 갖겠다'고 변경하면서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등 통화 긴축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출구전략이 역사적 평가의 시험대=돈 풀기보다 조이기가 더 어려운 만큼 옐런 의장의 도전과제가 버냉키 전 의장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미 경제가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현재 미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저물가, 달러 강세, 노동시장의 질적개선 미흡 등 걸림돌이 널려 있는 상황이다. 또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나 신흥시장 금융불안 등 대외 악재가 널려 있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산버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출구전략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골디락스(고성장 속 안정된 물가) 시대를 이끈 마에스트로(거장)"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저금리로 거품을 조장한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 경제 여건이 본격적인 통화 긴축을 시도하기가 애매한데도 결단의 순간은 눈앞에 닥치고 있는 셈이다.

옐런 의장 앞에 높인 가시밭길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공화당은 내년에 연준에 사상 유례없는 개혁의 메스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공화당은 월가 구제금융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양적완화 탓에 재정 긴축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연준을 의회 감시하에 두는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연준의 돈 풀기에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41년 전 고등학교 신문 편집장 시절에 자신을 스스로 인터뷰해 교지에 실을 정도로 괴짜 기질이 다분했던 옐런 의장.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뚫고 연준 수장까지 오른 그가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폴 볼커 전 의장처럼 전설적인 중앙은행장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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