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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애플발 미·중 언론전쟁' 본토 외국기업 제재 신호탄되나

CCTV "AS차별" 보도후 애플 서투른 대응이 화키워<br>인민일보 가세에 WSJ "국영기업 횡포가 문제" 맞불<br>"다음 타깃은 한국 기업" 전망에… 중국 진출사 전전긍긍


애플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는 중국의 소비자. 좀 더 좁히면 겉으로는 소비자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국영방송(CCTV)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애플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이고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인 중국에서 일개 기업이 관영 언론매체와 전쟁을 벌인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되지만 상대가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이자 정보기술(IT) 공룡이라는 애플인 만큼 흥미 진지한 싸움이다. 전쟁은 이제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 애플의 소비자권리 침해 단속을 지시했고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위법행위 개정을 요구하며 노트북인 맥북에어 AS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과 중국의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을 포함한 외자기업들의 속이 편하지만은 않다. 경쟁사인 애플에 대한 공격의 반사이익보다는 애플 이후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에 전전긍긍이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두말 할 것 없이 IT분야에서는 애플 이후 다음 타깃이 한국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진핑 체제 출범이후 내수확대를 강조하며 중국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수확대에 따른 홍리(红利ㆍ배당금)를 호락호락 외자기업에 넘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 애플 융단폭격=전쟁은 CCTV의 선전포고로 막이 올랐다. 지난 3월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의 대표 고발 프로그램인 CCTV의 3.15 완후이(晩會)는 애플이 중국에 대해 차별적인 AS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애플을 불량기업으로 선정했다. 리퍼라고 불리는 애플의 AS정책이 중국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 비해 중국의 무상보증 기간이 짧은데다 홍콩은 AS를 신청하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는 점은 중국소비자들의 분통이 터지게 했다.

흔히 있는 소비자 불만이 전쟁으로 확산된 결정적 계기는 애플의 성의 없는 대응이었다. 완후이 직후 밤 11시20분 발표된 애플의 성명은 '헛소리 모범문장'으로 중국 네티즌들에게 조롱을 받았다. CCTV를 비롯한 매체들의 비판이 확산되자 23일 애플은 2차 성명을 내놓았지만 이도 사과보다는 긴 변명과 설명에 그쳤다.



CCTV의 공세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25일부터 28일까지 인민일보는 4일 연속 1개 면을 할애하며 자극적인 제목으로 애플을 공격했다. '오만한 사과(애플)를 한입 물 수 있을까', '기세 등등한 애플이 준 상처' 등의 기사로 AS정책과 성의 없는 대응을 비판했고 27일에는 '세상에 없는 애플의 교만함 없애기'란 시평을 통해 애플의 '거만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CCTV에 따르면 315 완후이 이후 100여개 이상의 중국 매체의 비판기사와 50개 이상의 사설이 게재됐다.

◇미ㆍ중의 또 다른 경제전쟁=중국 언론매체들의 애플 공격은 단순히 언론이 소비자를 대신한 불만 고발이 아니다. 315 완후이는 철저하게 중국 질량총국과 공상총국 등 정부기관과 국영ㆍ관영 언론들의 합작품이다. 쉽게 말해 중국 정부가 애플을 불량기업으로 지정한 셈이다. 실제로 28일 공상총국은 애플의 소비자 권리침해 행위에 대한 감독과 관리 강화를 공문을 각 지역 분국에 내려보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공상총국은 애플이 판매 계약서에 AS 분야 독소조항을 이용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애플의 AS에 직접 정부 당국이 나선셈이다. 애플에 대한 공격은 점진적으로 AS에서 다양한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28일자 기획면에서 질량총국이 애플에 위법행위 개정을 요구했다고 보도하며 애플이 미국에서 그랬듯이 중국에서도 편법적인 탈세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S품질이 기업 전체 회계문제로 확산되는 셈이다. 이어 중국 업체의 아이폰의 음성인식소프트웨어인 시리의 특허침해 소송, 국영기업인 상하이 애니메이션의 불법 어플리케이션 소송 등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중국 언론의 공격에 뒤늦게 미국 언론도 대응에 나섰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내 매체들의 애플 비판기사를 소개하며 "중국 소비자들은 애플보다 주요 업종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횡포에 더 불만이다"고 보도했다. 월저는 이어 "애플이 오만하다면 중국 국영기업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애플의 전쟁이 미ㆍ중 언론의 전쟁으로 확전된 셈이다.

◇다음 타깃은 누구=중국 진출 외자기업 관계자들은 애플에 대한 중국 언론(실질적으로 중국 정부)의 공격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외국기업에 대한 제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함께 불량기업으로 선정된 폭스바겐도 중국내 자동차 판매 1위 외자기업이다.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애플을 공격하고 특허 및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애플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아직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아이폰 관련 제품의 둥록이 전주보다 11.4% 줄어들고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 정도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결국 중국 정부의 파상공세에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애플과 폭스바겐 이후다. 중국 시장내 애플과 폭스바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과 현대차. 중국 정부가 내수확대로 인한 홍리를, 그리고 애플과 폭스바겐의 점유율 하락에 따른 이득을 또 다른 외자기업에게 내주지는 않을 게 뻔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CCTV 관계자는 "우리는 충분한 신호를 업체에게 주고 있다"며 "중국 시장을 아직도 안이하게 보는 외자기업들의 의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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