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된 초고층 건물들과 좁고 어두운 골목길. 공상 과학(SF) 영화에 그려지는 미래 도시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햇빛이 닿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은 사회적 격차를 상징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격차는 서울 강남과 강북의 집값으로 나타난다. 강남에서는 ‘불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파트 매매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심각한 수도권, 강남 집중 현상의 단면이다. 과도한 투자 집중에 따른 경제의 리스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다. 본질은 강남에 집중된 수요다. 이를 분산할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에서 가장 현실적인 주택 공급 방안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유일하다. 정비사업을 통해 용적률이 높아지면서 주택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해법으로 용적률 상향과 같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제시된다. 하지만 용적률에 따라 건물이 높아지면 공사비가 늘어난다. 이 지점이 강남과 강북 정비사업의 갈림길이다.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 정비사업은 새로 짓는 아파트의 일반분양 규모가 적어도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강북 지역은 어렵다. 따라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일률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강남 지역 정비사업은 더욱 활성화되는 반면 강북 지역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북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 없이는 SF 영화처럼 최신식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강남, 저층 노후 건물들이 남은 강북이 서울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
강북 지역의 강남과 집값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할 주택 공급 방안에는 사업 기간 단축, 공공 기여 축소와 같은 사업성 개선을 통해 강북 지역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강남에 비해 부족한 교통 기반 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인 4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수도권 지역 공약에서 "서울의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구체적인 대책으로 공개돼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급등한 집값을 잡기에 앞서 강남 집중 현상 먼저 막을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