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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퇴진·책임경영체제 정착/재계 올 정기인사 특징은
입력1996-12-19 00:00:00
수정
1996.12.19 00:00:00
이의춘 기자
◎옷벗는 임원 늘고 승진폭도 줄어/연공서열 탈피 40∼50대 대거 발탁「원로전문경영인 대거 일선후퇴 등 과감한 세대교체및 책임경영체제 정착, 총수 측근 전진배치를 통한 친정체제 강화, 기조실장 교체에 의한 21세기 경영의 새틀짜기, 글로벌경영체제의 조기정착」.
재계의 올해 정기인사에서 나타난 특징을 집약한 「키워드」들이다. 이같은 현상은 불황을 겪고 있는 재계가 기존 관행을 깬 혁신적인 인사로 조직분위기를 일대 쇄신, ▲불황등에 따른 그룹경영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경영역량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출부진 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올해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아 옷을 벗는 임원들이 쏟아지고, 임원 승진폭도 대폭 줄어들어 재계에 인사한파가 어느때보다 강하게 불어닥치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삼성 LG 쌍룡 한화 진로 코오롱 등 주요 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연공서열에서 탈피, 원로경영진을 대거 퇴진시킨 반면 40∼50대의 젊은 경영진을 발탁하고 ▲총수의 분신인 기조실장 교체를 통한 변화와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그룹의 간판 경영인들을 해외에 파견, 해외인수기업및 대형프로젝트를 조기에 안정화하려는 글로벌 경영의지도 두드러진다.
올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 이는 삼성 LG등이 50대후반이상 최고경영자들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거나 해외지역 본사로 파견한 데서 잘 나타난다. 삼성그룹의 윤기선 제일기획사장, 황선두 화학소그룹장겸 종합화학사장, LG그룹의 박수환 LG상사사장, 이정성 금속사장, 쌍용의 이주범그룹부회장, 정선기 제지사장을 비롯 코오롱의 오준희 그룹부회장, 이법훈 전자대표, 진로의 박영수 그룹부회장등이 상담역, 고문등으로 물러난 데서 잘 드러난다.
기업들의 이같은 경향은 과거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과감히 부수고, 총수의 의중을 잘 알면서 계열사에 신경영혁신을 전파할「젊은 피」를 수혈하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40∼50대의 새로운 스타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룹마다 간판스타들이 바뀐 것이다. 삼성의 김광호 전자소그룹장겸 전자부회장이 미주본사대표로 전보되고, 윤종룡 일본본사대표가 바톤터치했다. 쌍용의 우덕창 그룹부회장겸 양회사장이 그룹부회장만 맡고, 김기호 중공업사장이 주력사인 양회사장으로 옮긴 것 등이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문책성인사도 두드러진다. 그룹계열사마다 부진한 성적을 낸 계열사대표와 임원들이 물갈이 되거나 승진에서 많이 누락됐다. 이는 총수들이 책임경영 및 성과주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삼성의 화학, 건설부문, LG의 화학 전자부문에서 승진인사가 적고, 물러난 임원이 많았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전체임원의 20%선을 줄이는 임원TO제를 도입, 임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요그룹들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경영체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경향은 대우그룹이 처음 시도한 데 이어 삼성그룹이 이필곤 물산부회장을 중국본사회장으로 전보하는 등 시니어들을 해외본사에 전진배치했다.
이와함께 삼성, 한화그룹등이 기조실장 비서실장을 잇달아 바꾼 것도 총수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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