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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박금융 기능 부산 이전 강제할 일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정책금융기관 통폐합과 기능조정의 윤곽이 얼추 드러났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다시 통합하되 다른 국책은행의 조직과 기능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골자다. 대선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백지화하는 대신 국책금융기관에 산재된 선박금융 기능을 부산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책금융 체계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춤을 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번 통합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선공약 이행 차원에서 지난 2009년 두 국책금융기관을 분리한 지 겨우 4년 만이다. 재통합이 옳으냐 그르냐의 차원을 떠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금융 체계가 바뀐다는 것은 금융정책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다. 이런 식이라면 5년 뒤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애초 전 정부에서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산업은행 민영화를 졸속 추진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문제는 선박금융 기능의 부산 이전이다. 금융당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백지화하기로 한 것은 백번이라도 잘한 일이다. 하지만 선박금융 기능의 부산 이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약속한 공사설립이 무산됐으니 지역민심을 달랠 대체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심정을 모를 바는 아니지만 지역 민원에 흔들리면 밑도 끝도 없다. 부산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항이지만 인천과 광양 같은 거대 항구도시와의 형평성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업무효율성도 의심된다. 국책금융기관의 선박 관련 부서를 한곳에 모은다고 해서 선박금융이 날개를 달 것이라고 기대하는 발상은 순진하다.



선박금융 활성화 방안은 입지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전문가를 꾸준히 양성하고 선박금융자금을 확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합리적 정책결정 과정을 생략하고 졸속 추진하면 뒤탈이 나는 법이다. 우리는 수없이 그런 사례를 봐왔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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