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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넘어야 고급아파트?
입력2000-05-23 00:00:00
수정
2000.05.23 00:00:00
김상철 기자
20억 넘어야 고급아파트?건설사, 우리가 최고 자존심 경쟁
건설업체들이 ‘최고가 아파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분양면적 100평대에 평당 분양가 2,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 채에 20억원이 넘지 않으면 이제는 고급 아파트 축에도 낄 수 없게 됐다. 30평형대 일반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어떤 게 있나 LG건설이 다음달 서울지역 5차 동시분양에 내놓을 예정인 ‘LG한강빌리지’ 93평형은 분양가가 24억5,000만원(평당 2,614만원). 현재까지 내국인들에게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다. 동부이촌동 한강외인아파트 자리에 지어져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데다, 펜트하우스 개념을 도입해 옥상에 전용 정원이 꾸며진다. 전기벽난로, 40인치 벽걸이TV가 설치되고, 천연대리석과 천연원목의 마감재가 사용된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이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동 ‘삼성 가든 스위트’107평형은 분양가가 21억1,100만원(평당 1,973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역시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전용 스포츠센터 등 완벽한 부대시설과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했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분양한 ‘타워 팰리스Ⅰ’은 90평형과 30평형을 패키지로 묶어 22억원(평당 1,800만원)에 분양했고, 현재 분양중인 ‘타워 팰리스Ⅱ’101평형도 분양가가 17억~18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남부터미널 부지에 짓고 있는 ‘서초 현대 슈퍼빌’ 102평형 역시 분양가가 16억2,500만~16억3,600만원(평당 1,590만원)으로 최고급 아파트 대열에 끼어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른 경우지만 부동산 전문업체인 ‘SGS컨테크’가 옛 상업은행 본점을 리노베이션해 분양중인 ‘센터 포인트’는 평당 분양가가 최고 2,700만원에 달한다. 맨 위층에 있는 108평형의 분양가는 무려 29억원. 국내에서 분양된 아파트중 최고가에 해당한다. 이 아파트는 애초부터 주한 외국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겨냥한 것으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최고급 마감재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지하 1 층과 지상 1, 2층에는 휘트니스 클럽과 다이닝 바, 스시 바, 와인셀라 등 사교 및 공동공간이 마련된다. 전체 43세대 분양에 이미 130여명이 접수했는데, 대부분은 외국인이며 국내업체가 영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분양신청을 한 경우도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건설업체 전략 업체들은 기존의 아파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부유층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사 아파트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사상 최고가’를 은근히 내세워 부유층의 과시욕과 허영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아파트의 분양실적을 볼 때 건설업체들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거문화의 고급화와 아파트 시장의 차별화 추세에 비추어 최고급 아파트의 등장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내집 마련’의 작은 꿈조차 이루기 어려운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SCKIM@HK.CO.KR
입력시간 2000/05/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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