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금융대출이 7개월 만에 70배나 폭증해 1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은행권에 기술금융 확대를 주문한 결과로 부실 대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이 담보나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기술신용평가기관의 평가서를 기반으로 대출해준 실적은 2만1,373건, 13조5,03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술금융 대출이 시작된 지난해 7월 1,922억원(486건)에 비하면 70배가 넘게 폭증한 것이다.
이 중 은행이 자율로 기술력을 판단해 내준 대출실적 비중이 가장 크게 늘었다. 이는 2월 말 기준으로 9조9,823억원으로 지난 7개월 새 9조9,500억원이 불어났다. 이 밖에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대출 764억→1조7,556억원 △온렌딩 대출(중기 지원 정책자금) 850억원→1조7,654억원으로 커졌다.
은행권이 기술금융 대출을 급격히 늘린 이유는 금융위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에 박자를 맞추기 위해 벤처·창업기업 대출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순위를 매기고 혁신성 평가에 반영하다 보니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을 늘렸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2,480억원에 불과했던 은행 자율 기술신용대출이 3개월 동안 1조4,745억원으로 약 6배 늘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조724억원에서 1조7,89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928억원에서 1조2,861억원으로, 하나은행은 6,346억원에서 1조281억원으로 각각 대출을 늘렸다.
목표를 채우기 위해 급격하게 실적을 늘리다 보니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술신용기금 등 기술성 심사를 담당하는 평가기관이 짧은 시간 과다한 양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심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은행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술금융과 상관없는 다른 대출을 기술금융 대출로 갈아타라고 종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어려운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해준다는 취지는 찬성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금융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대출은 좀비 기업 양산 등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취임 후 전은행권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도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부실대출 우려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