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할부 신용판매 중에서 무이자할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건의 할부결제 중 8건은 이자부담 자체가 없다는 뜻으로 무이자할부가 당연한 소비자 권리로 인식되면서 일종의 가계부채인 무이자할부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금융 당국은 이에 무이자할부를 탑재한 신규 신용카드 출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13일 금융 당국 및 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현재 할부 신용판매 중에서 무이자할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말까지만 해도 69.7% 수준이었지만 2010년 76.8%로 급격히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증가세를 감안할 때 8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이자할부 서비스 이용이 당연시되면서 무이자할부 금액도 급증했다. 2009년 말 현재 무이자할부 금액은 49조9,5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말에는 63조2,30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2011년 말에는 68조3,2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 무이자할부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70조원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사이에 20조원 넘게 증가한 셈으로 이는 카드대란 당시 총할부금액(74조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문제는 무이자할부가 가계부채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할부는 결제월에 지급이 완료되는 일시불과 달리 수개월 간 부채로 남아 있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할부시장이 수수료(이자)가 붙지 않는 무이자할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들은 별 다른 고민 없이 카드빚(할부)을 이용하게 됐고 이는 가계대출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신규 상품에 무이자할부 서비스 탑재를 제지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예단한 조치다.
금융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무이자할부는 경제력이 뒤처지는 사람들이 많이 쓸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도 많이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만큼 무이자할부가 당연시됐다는 것으로 무이자할부가 더욱 늘어나면 카드사 사업비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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