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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벤처제품 불신 이제 그만

초고속정보망 구축에 핵심적 장비인 ATM 교환장치 및 전송장치 등을 생산하는 M사의 A사장은 요즘 부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지경이다. 외국산에 비해 제품의 성능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값이 비싸지도 않은데 수요처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갖은 노력 끝에 외국기업들도 높게 평가하는 제품을 개발해도 정작 국내 수요자들은 검증이 제대로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과소평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외국제품에 비해 우수하고 저렴하더라도 시장에서 아직 제대로 성능이 평가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시험대상이 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구매를 거절한 이유다. A사장은 『우수한 국산제품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하지도 않고 무조건 외제를 선호하는 차별현상이야 말로 벤처기업이 겪는 큰 고통 가운데 하나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의 R&D투자비율은 매출액대비 평균 33.7%에 달했다. 일반 중소기업의 0.30%보다 무려 100배이상이나 높다. 2.10%를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벤처기업들은 보유기술이 같은 분야의 세계최고 기술과 비교해도 동등하거나(51%) 오히려 우수하다(21.8%)라고 응답, 높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모든 운명을 걸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품질에 대한 확신도 대단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국산화시킨 제품들이 국내시장 현실에서 제대로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정전전원장치를 생산하는 A사의 K사장도 M사와 같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때마다 사업에 큰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K사장은 『여러 기업체나 기관 등에서 우리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유명 외국제품을 들먹이며 품질문제를 거론할 땐 정말 화가 치민다』며 『무작정 외제만을 선호하는 풍토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국산품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불붙고 있는 기술개발 열풍과 그 속에서 탄생하는 제품들 상당수는 세계적인 수준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제는 그것을 인정해줘야 할 때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자금과 정책적 지원은 잇따르고 있지만 그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은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편견 속에서 벤처기업들의 생명력은 항상 풍전등화(風前燈火)격으로 아슬아슬한 꼴이 될 것이다. 새로운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진정한 벤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이들 제품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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