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제정과 동시에 사문화 걱정해야 할 김영란법

이 정도면 공직비리 척결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정치인과 이익단체·시민단체의 '짬짜미' 수준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법안 제출 이후 1년7개월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적용 대상이 당초의 공직자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하는 바람에 정작 '공직자'라는 명칭은 사라져버렸고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 조항으로만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장기 계류되며 이 과정에서 터진 '세월호 사고' 등으로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제재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된데다 과잉금지 원칙과 양심 및 언론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결국 이대로라면 실효성이 없어 법안 제정과 동시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야당 의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조차 "위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요소가 다분한데도 포퓰리즘에 영합해 (여야가) '졸속입법'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도 '또다시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제정 법률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법 통과에만 주력한 모양새다.

물론 공직 부정을 막겠다는 원래 입법취지에 반대할 생각은 없으나 법 적용의 형평성과 위헌 소지, 과잉입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 법안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정치인과 시민단체에 일종의 면죄부인 '제재 예외활동'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심각하다. 이들 두 집단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곱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여론조차 도외시한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법안 제정에 관여해온 시민단체 출신 야당 간사가 "시민단체를 포함하자는 제안이 들어온 적도 없고 (이를 포함하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망발이다.



이 때문에 국민 상당수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든 법안이 정작 고위공직자 비리척결에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직 반(反)부패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치권은 제 살길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입법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제대로 된 공직부패 방지법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법 개정에 임하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