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안이 장기 계류되며 이 과정에서 터진 '세월호 사고' 등으로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제재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된데다 과잉금지 원칙과 양심 및 언론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결국 이대로라면 실효성이 없어 법안 제정과 동시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야당 의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조차 "위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요소가 다분한데도 포퓰리즘에 영합해 (여야가) '졸속입법'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도 '또다시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제정 법률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법 통과에만 주력한 모양새다.
물론 공직 부정을 막겠다는 원래 입법취지에 반대할 생각은 없으나 법 적용의 형평성과 위헌 소지, 과잉입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 법안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정치인과 시민단체에 일종의 면죄부인 '제재 예외활동'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심각하다. 이들 두 집단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곱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여론조차 도외시한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법안 제정에 관여해온 시민단체 출신 야당 간사가 "시민단체를 포함하자는 제안이 들어온 적도 없고 (이를 포함하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망발이다.
이 때문에 국민 상당수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든 법안이 정작 고위공직자 비리척결에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직 반(反)부패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치권은 제 살길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입법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제대로 된 공직부패 방지법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법 개정에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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