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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그렉시트'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주 말 이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은 추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리스 정부는 은행의 문을 닫고 국민투표를 강행하는 등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럽연합(EU)도 금융통합과 달리 재정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강경한 자세를 버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다. 통화가치 하락은 물론 재정 불량국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신용위험은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다.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와 지난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그랬다.

이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유무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을 가정한 시나리오 점검이 필요한 때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스 총부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열한 번 치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충격이 과거의 유럽 재정위기만큼 확대 재생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차례 예고된 위험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은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음 시나리오인 '해결 시나리오(Grecovery)'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디폴트 선언 후의 국민투표 결과는 현 정부를 실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빠른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그리스 내각에 대해 채권단이 신뢰를 표시하고 새로운 합의안이 관철된다면 시장의 걱정보다는 빠르게 문제를 수습할 수도 있다. 그리스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은 수년째 반복되는 문제를 소멸시킬 수 있다.



그리스 문제의 파급력을 의식해야 하지만 현재의 문제가 이미 수차례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시장경제를 갑작스럽게 붕괴시키는 새로운 악재라기보다는 변동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되고 있는 유로존 각국 정상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위기를 맞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시 정상 궤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관심을 안으로 돌려보자. 수출 전선에 적색 등이 커지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가 이어지는 시기에 대외적인 불확실성 확대는 하반기 경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지금의 문제를 커다란 위험으로 인식해 본격적인 정책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금리인하에 이어 정부는 약 15조원의 추경 편성을 통한 3%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가장 큰 투자 실수는 종종 '욕심'과 '공포'에서 나오고는 한다. 공포는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 회피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는 과거 예고된 위험은 항상 기우에 그쳤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현재의 리스크 요인이 이미 잘 준비되고 통제 가능하다면 현재의 변동성 확대는 리스크에 가려진 또 다른 투자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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