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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퇴직연금시장 부익부빈익빈 심화

적립액 1조 안되는 금융사 잇따라 손 뗄듯<br>삼성생명 등 15개 대형사 시장점유율 85% 육박<br>경쟁력 잃은 마이너 업체 저금리에 운용 부담도 커


"사업 진퇴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을 겁니다. 저금리로 운용 수익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규모의 경제가 안 되는 곳은 힘든 상황이에요."

한 시중은행 실무자가 전한 최근 퇴직연금시장 분위기다. 몇 년 전만해도 퇴직연금 사업은 블루오션이 사라진 척박한 금융시장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환상이었다.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립금 규모가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0개 남짓의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의 손잡이를 놓는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시장은 성장 전망에 비해 메이저 업체로의 자금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더욱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면 차라리 사업 철수라는 궁여지책이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될 여지도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임원은 "저금리 기조로 결단의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투자 대비 수익이 박한 곳일수록 사업 철회를 검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파이는 커도 나눠 먹을 게 없다=지난 9월 말 현재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55조원(적립액 기준)에 이른다. 장래성도 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기업연금 규모가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70~80%선임을 성장 여력의 바로미터로 삼으면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800조원 이상까지 커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계에서 퇴직연금시장을 두고 향후 두자릿수 이상 성장 가능한 유일한 분야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 50여개 사업자 가운데 대형사로 분류되는 15개사의 시정점유율은 85% 수준에 육박한다.

업체로는 삼성생명이 7조8,327억원(올 9월 말 기준)의 적립액으로 1위를 기록,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기업 등 유수 은행을 따돌리며 눈밭 위의 까마귀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높은 브랜드 가치에 계열사 지원이 가능하거나 은행처럼 영업력이 뛰어난 곳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특히 마이너 업체 입장에서는 저금리로 이율 경쟁력을 무기로 삼기도 힘들어졌다.



부익부 빈익빈이 구조적으로 더 심화될 개연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씨티은행에 이어 손보업계 메이저로 분류되는 메리츠화재가 사업을 접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적립액 1조원 안 되는 20여개사, 개점휴업 가까워=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퇴직연금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세법이나 노동법 개정 및 정책변화 등에 따라 꾸준히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메이저 업체의 경우 연간 투자 규모가 100억~200억원을 웃돈다.

그간 기업금융을 하지 않았던 보험사라면 은행ㆍ증권 등에 비해 투자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퇴직연금시장에서 보험은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퇴직연금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2006년 전만 해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80%나 됐지만 올 8월에는 33.2%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은행은 50% 가까이 컸다.

적립금 규모가 1조원을 넘는 보험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중소형사는 과거 퇴직보험 시절의 물량을 가지고 있을 뿐 신규 유치 규모는 없다시피 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생보사 관계자는 "영업력을 갖춘 은행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면서도 "설계사를 통한 영업이 가능해진 만큼 설계사를 집중 육성해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도 열악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보험이나 증권은 정도가 더하다"며 "개인연금 시장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사업에 뛰어든 보험사가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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