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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브레이크 없는 쇼핑 카트'… 소비 욕망 파헤치다

■ 욕망의 코드 / 롭 워커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br>끊임없이 사는 소비심리 분석 통해 기업의 광고·마케팅 변화 방향 제시



프랑스 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는 저서 '사물들과 철학하기'에서 쇼핑 카트를 "네 개의 바퀴가 있고 물건을 수용하는 내부 공간을 가진, 브레이크가 없는 금속제 구조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쇼핑 카트는 언제나 금전등록기 곁에서 자신을 비워내는 데 익숙한 사물"이라며 "거의 예외없는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욕망이 슈퍼마켓 쇼핑카트의 작동방식 속에 나타난다"고 고찰했다.

그렇다. 소비 행위의 이면에는 '욕망'이 있다.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지 필요에 의해서거나 혹은 성능이 뛰어나고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인간의 소비심리를 분석했다. 필요한 만큼의 물건을 소유하고도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게 하는 요인을 가리켜 저자는 '욕망 코드'라 이름붙였다. 게다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소파에 누워 감자 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고분고분한 '카우치 포테이토(couch-potato)'가 아니다. 광고나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고 점점 똑똑해지고 까칠해지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면 더욱 더 '욕망 코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책의 전반부는 '욕망 코드'를 해독하기 위한 상징의 중요성을 분석하고 있다. 가령 동화 같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는 20분 이상 바라보면 익숙하고 지루해지는데 이 가운데 보라색 소 한마리가 '튄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찾게 된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오피니언 리더 기질이 강한 사람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보라색 소' 같은 보라색 용기에 담아 판 우유의 성공 사례가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남다르게 돋보이고 싶어하는 동시에 동질성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으며 이 욕망을 소비에 투사한다. 따라서 욕망 코드를 이해하려면 사회적 지위, 세대, 정체성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 분석이 필수적이다.



한편 저자는 광고와 마케팅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며 '머케팅(Murketing)'을 제안한다. '모호한(murky)'과 '마케팅(marketing)'을 결합한 이 단어는 일상 생활과 브랜딩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고도로 세련된 전략을 일컫는다. 영화나 컴퓨터 게임, 만화책까지 파고든 간접광고(PPL)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던킨도너츠는 10대 청소년을 끌어모아 그들의 이마에 일회용 문신으로 체인점 로고를 새겨줬고 닛산은 거리 예술가들의 취향을 받아들여 자사 광고를 없애는 대신 단체 그래피티(graffitiㆍ낙서예술)를 제작했다.

레드불이 미국의 통상금지 대상국에서 열린 카이트 보트 탐험 이벤트의 스폰서로 나선 것 역시 고도의 머케팅 전략이었다. 저자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지만 머케팅은 한계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하며 "머케팅의 절반은 소비자가 구축하는 것이며 소비자와 소비하는 물건이 공모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소비자들의 '욕망 코드'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 문화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를 알아내는 게 이 책의 존재 이유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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