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콜마비앤에이치(200130)를 합병한 미래에셋제2호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투자자들이 거둬들일 수익은 311억원이다. 이 종목의 보호예수는 이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다음달부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와 계열사의 임직원 등은 스팩과의 합병 전에 주식을 대거 사들여 미공개정보 이용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미래에셋제2호스팩의 발기인은 윤일정 씨에스개발 대표이사, 김형빈 전 미래에셋증권 기업 RM본부장, 미래에셋증권 등 세 명이다. 이 가운데 법인인 미래에셋증권은 전환사채(CB)를 포함, 콜마비앤에이치 주식152만4,000주(17.93%)를 보유해 24일 종가(1만6,850원)를 기준으로 평가차익 240억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로 각각 4억2,600만원과 5,000만원을 투자한 윤 대표와 김 대표의 이익은 각각 63억원, 8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제2호처럼 스팩이 프로급 개인투자자들의 고수익 창구가 되고 있다. 전체 상장된 스팩의 절반 가까이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상장돼 있는 스팩 44개 가운데 20개에 개인투자자들이 발기인에 포함돼 있다. 이 중 13개가 올해 상장된 스팩이다. 개인투자자의 발기인 참여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김두용 머스트투자자문 공동대표나 정덕수 디에스투자자문 회장, 조형인 전(前) 전북은행 부행장, 유승록 전 공무원연금 CIO 등 투자은행(IB)업계와 자문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지난해 말 김두용 머스트투자자문 대표가 90.91%의 지분으로 발기인에 참여한 하나머스트3호스팩은 7개월여 동안 39.3%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조 전 부행장이 50%의 지분을 매입한 케이비제5호스팩도 같은 기간 40.75% 급등했다. 20일 상장을 마친 한화에이스스팩2호는 5거래일 만에 2.8% 상승했다. 모두 합병 이슈가 현재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올라 합병 후 재상장할 경우 콜마비앤에이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개인투자자가 스팩 설립 때부터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팩의 일괄 적용되는 공모가(2,000원)의 절반인 1,000원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해 우회 상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즉 스팩으로 상장된 후 기업을 인수해 합병회사 이름으로 재상장하게 되는데 스팩 상장 후 3년 안에 이 같은 기업을 찾지 못하면 스팩은 해산하게 된다. 3년 안에 합병 기업을 찾아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쟁쟁한 실력자가 발기인에 들어올 경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스팩 상장유지비용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반긴다. 최성용 KB투자증권 ECM 본부장은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해 자동 청산할 경우 발기인이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증권사는 비용 부담을 덜고 합병에 성공하면 주가상승으로 발기인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윈윈 구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정보기술(IT) 전문가나 M&A전문가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개인투자자가 들어올 경우 합병기업을 찾는 데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피합병 법인은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책정하고자 하는 반면에 스팩은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유리해 간극이 생기기 마련인데 개인투자자들이 조정역할을 맡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역할만큼이나 딜 소싱 능력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 발기인이 중요하다"며 "공모청약을 하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증권사를 비롯한 발기인의 역량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IB들과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로 발기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다 보니 합병설 등을 흘려 주가조작 등의 유혹 등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런 점을 증권사 스팩 실무자들에게 인지시키고 참여 발기인들을 선별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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