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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씁쓸한 배당의 계절


배당의 계절이 돌아왔다. 배당은 기업이 경영성과를 주주들에게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상장사가 1년 중 벌이는 가장 중요한 축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기업의 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배당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러한 금도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톱5 업체 중 한 곳인 A사는 당기순이익이 5,000억원이나 줄었음에도 주당 1만원의 고배당을 2년 연속 하는가 하면, 외국인 최선호 기업인 B사와 C사 역시 각각 2,000억원 가까운 수익 감소를 기록했지만 주주의 몫은 전혀 줄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도 적자에 허덕이면서 배당에는 펑펑 자금을 쏟는 곳과 비교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특히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도 모자라 투자자금이 부족해 조 단위의 증자를 하면서도 배당에는 300억원 이상 쏟아내는 D사를 보면 '대기업다운 배포'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물론 이들 기업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면 적자를 기록했어도 배당을 해도 문제가 될 게 없고 그 결정은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배당을 줄일 경우 이들 기업의 40~50% 지분을 움켜쥐고 있는 외국인에게 시달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배당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투자 여력을 없애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면 주가는 떨어질 것이고 주주 역시 손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배당과 기업 성장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배당을 '지출'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바꾸면 된다. 페덱스 등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배당재투자(DRIPㆍDividend Re-Investment Plans) 제도처럼 원하는 주주들이 배당금을 자동으로 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발상을 바꾸면 고배당의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그러면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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