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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자연의 그윽한 합창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바다가 아름답고, 산이 깊고, 들판이 넓게 펼쳐진 곳. 예부터 「춘변산 추내장(春邊山秋內藏)」이라는 말이 있다. 봄 경치는 변산반도가 가장 좋고 가을은 내장산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낙조가 유난히 아름다운 해변, 생동감이 넘치고 횟감이 풍부한 포구, 계곡과 폭포, 각종 문화유적 등이 발길 닿는대로 널려있다.부안읍에서 채석강으로 가는 30번국도.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이 해안도로를 타면 드넓은 해수욕장 하나가 나타난다. 대천·만리포와 더불어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변산해수욕장이다. 다른 서해안의 해수욕장과는 달리 갯벌 대신 고운 모래가 깔려있고 길이도 2㎞에 이르러 해마다 여름이면 100만명이 넘게 찾는다. 피서철이 아니라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한적한 맛이 오히려 여행객을 유혹한다. 20분쯤 가다보면 드디어 변산반도의 백미 채석강(彩石江). 강물이 아니라 썰물 때 드러나는 해안단층을 일컫는다. 약 7,000만년전 퇴적층이 지각변동에 의해 불쑥 일어나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깎이고 파이고 해서 만들어진 수성암층 절벽이다. 누군가 채석강을 일컬어 『매화 연꽃이 돌이 된 만권의 책』이라고 표현했던가. 수만권의 책이 차곡차곡 쌓인듯, 거대한 시루떡이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채석강이란 이름 역시 중국의 시선 이태백(李太白)이 술에 취해 강물에 비친 달을 따려다가 빠져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네. 마치 외국에 나온 것 같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감탄사들. 바닷물이 빠지면 해변을 거닐 수 있는데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 놓은 섬세한 무늬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밀조밀, 형형색색, 기기묘묘한 퇴적암층을 손으로 만지다 보면 어느덧 수천만년 전의 해조음이 귀에서 들리는 듯하다. 채석강 남쪽에는 큰 해식동굴이 있는데 안에서 밖을 보면 마치 한반도 지도 모양을 한 게 신비롭다. 그보다 1㎞정도 못미쳐 적벽강(赤壁江)이 있다. 역시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았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한 것 같은데 꼭 중국의 지명에 비유해야 했을까. 물이 빠지면 채석강처럼 해변을 산책할 수 있다. 적벽강은 밝은 대낮보다 어슴프레 땅거미가 깔리는 일몰 때 더 아름답다. 본디 갈색을 띠는 해안 절벽이 진붉게 바뀌고, 새들이 둥지를 찾아가느라 부산할 때면 여행객의 마음 역시 추억속으로 달아난다. 채석강 바로 옆에는 격포항이 있다. 한적한 포구의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갓잡은 생선을 파는 횟집, 숙박업소 등이 몰려 있다. 호젓한 여유를 찾으려면 조금 남쪽 작은 어촌의 풍경이 남아있는 모항을 찾는다. 주변 풍광도 시원하고 아름다워 며칠쯤 쉬었다 오고픈 곳이다. 변산반도 여행은 1박2일은 잡아야한다. 첫날 바다를 보았다면 다음날은 변산으로 가자. 격포에서 변산으로 가는 길 역시 30번 해안도로를 이용한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서해를 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기분이 짜릿하다. 길을 따라 상록해수욕장, 모항, 호랑가시나무군락지, 곰소항 등이 펼쳐진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어있는 변산은 최고봉(의상봉)이 509M로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부안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깊고 넓다. 개암사·내소사·월명암 등 유서 깊은 고찰이 있고 직소폭포·봉래구곡·낙조대 등 절경이 곳곳에 있다. 소박하고 담백한 운치를 자랑하는 내소사는 그중 제1경. 매표소에서 내소사로 가는 길은 내변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녹색의 융단을 이뤄 봄냄새가 난다. 특히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에 이를 때까지 600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하늘이 손바닥만하게 보일만큼 울창한 숲길을 지나다보면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등반도 권할만하다. 내소사는 가인봉과 봉래구곡, 높이 30M의 직소폭포로 가는 길목이 되고 실상사지를 지나 월명암, 쌍선봉, 낙조대에 이르는 코스도 된다. 이밖에 변산반도는 신석정시비, 한국에서 최초로 조성된 금구원 조각공원, 개암사, 위도 등도 유명하다. 문의 변산반도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83)582-7808, 부안군 문화관광과 580-4224 여행쪽지 ◇가는길·숙박=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태인IC~신태인~부안을 거쳐 30번국도를 탄다. 고속버스는 강남터미널에서 부안까지 3시50분 정도 소요된다. 부안에서는 격포행 직행버스가 매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숙박은 격포·변산·상록해수욕장, 내소사 주변을 이용한다. 참고로 격포항 수협바다모텔 (0683)581-3102, 적벽강모텔 582-8998, 온천욕을 겸할 수 있는 변산온천 582-5390. ◇곰소항= 「밥 도둑」 젓갈을 좋아한다면 채석강에서 내소사로 빠지기 전에 잠깐 곰소항에 들리자. 곰소항은 한때 부안에서 가장 큰 어항으로 파시(波市)가 설 정도로 떠들썩했던 곳. 지금은 젓갈로 유명하다. 서해안의 해산물이 골고루 잡히고 천일염의 질이 좋아 이곳 젓갈은 서해안 제일로 친다. 곰소항의 작은 어시장은 거의 젓갈집. 새우젓, 황석어젓, 조개젓, 아가미젓 등 젓갈과 조기, 새우, 멸치 등 건어물을 판매한다. 이 밖에 별미로 백합죽, 바지락죽이 유명하고 쫄깃쫄깃한 맛의 주꾸미도 제철이다. 특산물로는 개암죽염, 부안 김 등이 있다. 부안= 글·사진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4/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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