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수립한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2012년 443조원이었던 국가채무가 임기 중 167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장밋빛 전망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수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세수가 10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돈 쓸 데는 많아지는데 실탄은 부족하니 결국 국채를 발행해 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 2017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균형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0.4%(7조4,000억원)까지 낮추겠다는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나랏빚을 키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균형재정 달성시기를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무책임하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경기침체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몇 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 등을 낮추고 균형재정 시점을 늦추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가 앞장서 혼선을 부추기는 꼴이다. 정부의 경제운용·재정관리 능력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이런 판에 대내외 충격이라도 발생하면 재정 건전성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건전한 재정의 뒷받침이 컸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빚 폭탄만 남기게 된다. '폭탄 돌리기'를 남의 일처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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