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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의 Travelogue] '학교앞 호텔' 논란… 호텔 = 유해시설 멍에부터 벗겨야

"호텔은 유해시설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그렇다. 학교보건법 제6조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반경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서의 금지행위에 '호텔과 여관·여인숙'이 들어간다. 함께 열거된 유해시설에는 폐기물처리장, 경마장 등 사행행위장, 화장장 등이 있다. 이들을 정화구역에 설치하려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엄격한 심의가 필요하다.

최근 중국인 등 외래 관광객이 쏟아지고 국내 관광도 활성화되면서 서울 등 도심에서 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시설로 분류된 호텔을 학교 근처에 세우는 것은 여전히 까다롭다. 서울의 대부분 지역에 학교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호텔용지가 부족해진 것이다. 정부가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려는 의도다. 이 법을 통해 유흥주점 등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에 한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라도 심의 없이 호텔 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논쟁이 커졌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앞 호텔'을 제한해야 한다는 쪽과 관광객유치ㆍ일자리창출을 위해 호텔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쪽으로 나눠졌다. 논란은 호텔의 유해시설 여부로 번졌다. 정부는 학교 부근에 세우려는 것은 러브호텔 같은 곳이 아니라 엄격히 관리되는 관광호텔이기 때문에 시대에 맞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러브호텔이나 관광호텔이나 모두 학교보건법이 금지하는 호텔이라고 반박한다.

호텔 업계도 발끈했다. '여행 가서 아이들 데리고 호텔에 숙박 안 해본 사람이 있느냐' '유해시설이라면 애들은 어떻게 데리고 가느냐'는 것이다. 한쪽은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이라면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반해 다른 쪽은 호텔 자체가 유해시설이라고 본다.

정부는 호텔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보다 쉬운 쪽으로 생각했다. '호텔은 유해시설'이라는 기본조항은 남겨두고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학교보건법보다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는 것이 논란이 작을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자 의심이 들었다. 관광진흥법 개정이 결국 대한항공의 서울 송현동 호텔 건립을 허용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이번 관광진흥법 개정안 발의가 교육청의 호텔 불허에 대해 대한항공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거부된 후 처음 진행됐다는 사실도 '오비이락'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새로운 호텔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미래 숙박시설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결국 관광문화다. 호텔을 유해시설로 보는 것은 세계 관광산업 추세와도 동떨어진다. 국내에는 일부 호텔의 퇴폐 마사지 등 불법 영업 영향으로 그런 인식이 있었다. 철저한 관리로 '유해시설' 멍에에서 호텔을 빼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경제활성화·규제완화 시급성 등을 이유로 4월 임시국회에서 관광진흥법을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교육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경제활성화에는 집값 상승도 필요하다.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는 집값도 비싸다. 학부모들의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 학교 앞에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 동네 집값은 어떻게 될까.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오를까, 아니면 학부모들이 떠나서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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