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양돈농가 "울고 싶어라"

양돈농가 "울고 싶어라" 수출막히고 공급과잉·소비불균형 겹쳐 “9,000마리나 되는 돼지를 처분하기도 어렵고 계속 키우자니 손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행은 대출을 중단한지 오래고 한때 축산물 수출을 늘린다고 시설지원에 앞장서던 정부도 믿을 수가 없네요.” 27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종서(42)씨는 답답한 마음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손씨를 비롯한 양돈농가에 먹구름이 찾아온 것은 돼지고기 가격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그나마 그때는 생산원가보다 높아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지난 6월 20만원(100㎏기준)을 넘던 돼지고기 가격은 8월들어 16만원대로 내린 데 이어 9월에는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14만원으로 떨어졌고 이 달 들어서는 11만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결국 한 마리를 키우면 3만원씩 적자가 나는 것. 평균 1,500마리를 기르는 이천 지역의 농가들은 매달 1,000만원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손씨는 지금까지는 사료를 외상으로 쓰지 않아 그런대로 나은 편. 하지만 외상을 쓰던 농가는 더욱 어려워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몇 십마리 이내인 소규모 농가의 경우 돼지를 `떨이판매'하고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6월 2만5,000곳에 달하던 양돈 농가는 9월들어 2만3,500곳으로 줄었다. 이렇게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먼저 수급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길이 막힌 반면, 사육 수는 올들어 급격하게 늘었다. 3월 781만마리 이던 것이 지난 9월에는 837만 마리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뒤늦게 어미돼지 감축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다. 돼지의 임신기간(114일)과 사육기간(표준규격 110㎏으로 키우는데 6개월 소요)을 감안하면 감축효과는 내년 말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소비는 철저하게 양극화돼 국내소비가 없는 등심과 안심, 뒷다리는 남아돌고 삼겹살과 목살은 모자라 수입을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등심이나 뒷다리가 소비되기 위해서는 햄 등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그 동안 햄에는 닭고기등 잡육을 섞어 쓰는 바람에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한때는 수출 확대를 위해 시설자금까지 지원하다 구제역으로 수출길이 막힌 이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 이후 한동안 실시하던 정부수매를 중단한 이후 “자율감축”만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비자권장가격'을 제시하자 브랜드육 생산업체들은 이 제도가 고급육 가격마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책부재와 공급과잉, 소비불균형이라는 3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양돈농가는 우울한 10월을 보내고 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입력시간 2000/10/27 17:02 ◀ 이전화면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