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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가 휘날리자 거친 엔진음과 함께 경주가 시작된다. 노면으로부터 전해지는 진동과 속도감을 온몸으로 느껴진다. 코너를 돌 땐 감속ㆍ가속의 타이밍을 놓치면 차체가 인정 사정 없이 빙그르르 돌고 그 사이 경쟁자들이 추월하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 탄천주차장 옆의 '잠실 카트체험장'에서 열린 '2014 야마하 SL컵 카트대회'에 참가해 카트레이싱의 진 면목을 엿봤다. 이날 참가 선수는 총 33명. 18명은 '레이싱카트'로, 나머지 15명은 '스포츠카트'로 출전했다. 스포츠카트는 최고 6.5마력 정도에 최고 시속 70㎞ 정도를 내는 카트지만, 레이싱카트는 18마력에 최고 시속 100㎞를 넘어가는 성능을 갖췄다. 레이싱카트로 출전한 선수들은 대부분 1,000만~2,000만원이 넘는 자신만의 카트를 보유하고 전담 미케닉(정비사)과 2인 1조를 이뤄 각종 카트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한다.
하지만 기자가 탄 스포츠카트 역시 '입문자'에게는 버겁다. 온 몸이 노출돼 있는 탓에 똑같은 70㎞라도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감이 느껴진다. 자동차와 달리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는 만큼 차체도 방향을 틀기 때문에 세심한 조작은 필수다. 기자 역시 연습 과정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거나 앞서 가는 이를 추월하려다 충돌하는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다행히 자동차 레이싱과 달리 카트 레이싱에선 서로 충돌하더라도 큰 부상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잘 달리는 법'은 카트와 자동차 레이싱 모두 비슷했다. 직선 코스에선 최대한 속도를 내고, 코너에선 완만한 곡선을 그리듯 진입했다 빠져나간다. 직전에 속도를 줄였다가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가속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카트 자체의 성능은 엇비슷하기 때문에 직선 코스보단 코너에서 주로 추월을 시도하지만, 앞 카트가 코너를 바짝 끼고 달리는 상황에선 추월이 쉽지 않다. 하지만 노련한 이들은 추월할 타이밍을 매의 눈으로 찾아낸다.
숨가쁜 7바퀴를 달린 끝에 이날 스포츠카트 경기의 우승 트로피는 카트 경험이 많은 여성 출전자가 차지했다. 기자는 15명 중 12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지인의 권유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는 장수기(36)씨는 "기록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한 바퀴를 덜 도는 바람에 결승 진출 기회를 놓쳤다"며 "앞으로 더 연습해 다음 대회에선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국내 카트 체험장은 잠실과 경기도 파주ㆍ화성ㆍ가평, 강원도 춘천, 경북 경주, 제주도 등에 위치해 있다. 카트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꼬마 포뮬러', 즉 모터스포츠의 시작점이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 잠실 카트장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주한 외국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다. 키 140㎝ 이하의 어린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탑승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 제한 조건이 없다. 자신도 레이서 출신으로, 야마하 카트ㆍ카트 엔진의 국내 총판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7년 잠실 카트장을 열었다는 임재흥 코리아카트 대표는 "앞으로는 새로운 카트 기종을 도입하고 카트 대회를 적극적으로 알려 카트 문화의 저변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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